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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상조산업 이해부족 진흥법이 규제법 될까 우려
 
박대훈 발행인   기사입력  2024/05/30 [19:37]

 

 

▲ 박대훈 발행인  

 정부가 상조산업 진흥법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상조업계의 긍정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해당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상조산업을 명확히 이해하고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지난해 11월 상조산업을 비롯한 장례산업 전반을 국민 생활에 밀접한 산업 분야로 분류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진흥법 제정에 나섰다. 지난 2월 공개된 진흥법 초안에는 재정 지원과 육성·진흥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등 다양한 육성 방안들이 포함됐고, 이를 통해 규제일변도 정책기조 속에서 사업을 이어왔던 상조업계의 긍정적인 관심과 기대가 이어졌다.

 

그러나 진흥법의 초안에는 상조서비스의 정의를 ‘장례’로 국한하고 있고, 이 때문에 여럿 육성책들의 방향도 장례문화의 진흥에 쏠리는 등 일부 문제가 제기됐다. 기재부는 이런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연내 법안 제정을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부족하지만 처음으로 육성 논의가 시작된 것 자체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하지만 법안 각론에서 상조업계에 대한 이해 부족이 엿보이면서 할부거래법과 함께 또 다른 규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진흥법 초안이 공개된 이후 기재부의 행보를 통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9일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기재부는 상조회사의 자금운용에 대한 규제를 이번 진흥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상조산업, 상품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꼬집고 있다. 

 

상조상품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장래에 닥칠 각종 경조사를 미리 대비한다는 취지로서, 미리 가입해 오랜 시간 납입하고 상당 기간이 지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조다. 그 사이 상조회사들은 회비의 50%를 할부거래법에 따라 금융기관 등에 예치하고, 15%의 금액을 표준약관에 따라 모집수당·관리비 명목으로 지출하게 되며, 나머지 금액을 활용해 신상품 개발이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등 경영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이런 특성상 상조회사의 자산운용은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필수적인 기업 활동으로 봐야한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오늘날 많은 상조회사들은 직영 장례식장을 비롯한 부동산 투자를 비롯한 펀드·주식투자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고, 그 수익을 ‘만기 해지 시 100% 환급’ 등 다양한 회원 혜택으로 치환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선수금 보전조치·피해보상보험 가입·회계감사 의무화 등 촘촘한 소비자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적법한 가이드라인 속 질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역으로 상조회사들이 자산운용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예금만으로 회사를 경영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은행권 정기예금 이자율은 3%대다. 이에 반해 물가인상율은 4년간 약 13%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선 도무지 예금 수익으론 물가인상율을 좇아갈 수 없다. 또한 상조상품은 회원이 가입한 당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런 경제적 장점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경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산업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를 비롯한 여럿 언론매체에서는 상조회사의 자산운용을 그 자체로 죄악시하면서 ‘빌딩을 쇼핑한다’, ‘깜깜이 투자를 한다’는 식의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상조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기재부조차 이런 극단적 논리에 편승해 ‘진흥법’을 사실상 ‘규제법’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 현재 업계가 느끼는 가장 큰 우려다. 진흥법은 의미 그대로 진흥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여느 육성 산업이 그렇듯 ‘규제의 완화’에 있다. 오랜 상조업계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산업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법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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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30 [19:37]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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