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앞에 두고 이성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대소사라 할 수 있는 결혼식이나 부모님의 축연, 아이의 탄생과 돌잔치의 경우 많은 시간을 들여 충분히 계획할 수 있다지만 삶의 마무리인 장례는 미리 관심을 가질 새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곤 한다. 이때 경황이 없는 유족을 대신해 사망진단서 발급 등 각종 행정절차와 장례 절차를 비롯해 장지 예약부터 모든 행선지를 동행하며 위로하고, 대소사를 제 가족처럼 책임지는 곳, 상조회사가 있다.
상조는 가정의 대소사를 대비해 ‘미리’ 일정 금액을 적립해뒀다가 언젠가 실제 상품을 이용할 때 그동안 미리 낸 돈으로 행사를 치러줌으로써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다. 때문에 목돈이 들어가는 인륜지대사인 장례식, 결혼식 등을 준비함에 있어 상조상품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크루즈 여행이나 골프 여행 등 고가의 여가 활동도 상조상품을 통해 준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들은 왜 상조를 찾는 것일까.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인 장례의 경우로 살펴보면,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의전서비스나 기타 의전업체를 통 고인의 사망 당일 부랴부랴 서비스를 알아보는 경우도 물론 적지 않다. 상조상품은 미리 가입하면 할수록, 가입기간이 길수록 얻는 이익이 크다는 점에서 특히나 인기도가 높다.
때문에 상조와 동일한 의전서비스를 제공하는 장례식장에서도 상조업체와 대부분 공생의 길을 택했고, 기타 의전업체 역시도 상조업체의 지역 행사를 위탁받기 위해 나서는 등 시장 내에서 상조의 입지는 탄탄하다.
상조상품에 미리 가입해서 얻는 혜택은 우선 말 그대로 가입자들이 ‘미리’ 필요한 행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배경지식 제공과 함께 ‘플랜’을 짜준다는 것이다. 상조회사에서 제공하는 상·장례 토탈 플랜은 마치 웨딩플래너처럼 모든 상·장례 일정과 선택의 기준을 잡아주는 것이다. 여기에 행사 시에는 다양한 서류 절차부터 화장장 예약, 부고 문자 발송 등 간단하지만 경황없는 이들에겐 복잡할 수 밖에 없는 소일거리부터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를 현대식으로 아우르는 철저한 예법, 고인에 대한 예우로 장례일정 동안 유족의 곁을 각 파트의 전문 인력들이 도와준다.
미리 가입할 수록 혜택 더해지는 상조상품
여기까지는 상조상품의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 내용이고, 최근 상조회사들은 미리 가입할 경우 가입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멤버십 서비스는 물론, 가격 할인 등의 서비스 이용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품 가입 후 행사를 이용하기 까지 중간 과정의 공백을 ‘서비스와 혜택’으로 채우고 있다.
우선 대부분 상조회사들은 장례식장들과 제휴돼 있어 빈소 이용료 등에 대한 가격 할인율이 상당하며, 봉안당 등 고가의 장지 서비스도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제휴상품이나 전환서비스를 통해 당초 가입 목적이 장례서비스를 받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여행이나 웨딩, 헬스케어, 반려동물 장례, 어학연수 등 라이프 사이클 전반을 아우르는 영역에 방대한 서비스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미리 가입하는 상조상품의 또 하나 핵심적인 이점은 ‘물가 대비 고효율’이다. 지난 2022년 기준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5%대로, 이를 400만원 대 장례상품을 대입해보면 가입 후 5년 경과 시 상품 가치는 511만원으로 오른다. 이미 100만원 이상의 차액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상조상품은 한 해 물가상승률이 5%건, 어떻건 가입 당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예컨대 2010년대 200만원 대의 상품에 가입했던 회원이 올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두 세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상조업계, 견고한 피해보상 시스템 구축
CCM 인증 등 자정 노력 이어가
물론 미처 상조상품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고 해도 서비스 이용은 가능하고, 이 역시도 권장한다. 다양한 혜택들을 차치한 상조회사의 서비스 자체만으로도 효용이 크기 때문이다.
장례의 경우 상주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끼워팔기 등의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허다한데, 상조회사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장례지도사, 상례사 등 전문인력들이 유족을 위해 장례와 관련한 하나부터 열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도맡아 함께하기 때문이다.
한편, 상조회사에 미리 부금을 납부하는 가입 방식상 상조회사의 폐업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수의 영세 상조업체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기도 해 이 같은 걱정은 자연스럽다.
다만 상조회사는 지난 2010년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해 법의 테두리 안으로 포섭된 이후 10년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거쳐 안정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영세업체들 또한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통합되거나 사라지게 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이와 거의 동시에 공제조합과 공정위 등의 제도 개선 노력을 기울여 폐업한 소비자가 가입 당시 상품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내상조 그대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안전망이 더욱 촘촘해졌다.
이와 함께 최근 상조업계는 부정적인 시장 문화를 자정하기 위해 공정위가 주관하는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