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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복기의 상조스터디/장의행사 - 오례와 진실(1) - 제례
 
민복기 교육위원   기사입력  2012/08/22 [12:50]

필자가 상조교육 분야에 입문한지 올해로 8년이다. 30대 초반의 새파랗던 청년은 어느새 마흔을 훌쩍 넘겨 흰머리가 듬성듬성 보이는 중년이 되었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교육했고, 지금은 강의하는 분야도 제법 넓어졌다. 1∼2년차의 초보강사 시절 필자가 가장 강의하기 힘들었던 분야는 행사였다.
 
행사장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철저하게 모니터링해서 그 내용을 집대성함은 물론이요, 관련 서적과 인터넷을 뒤져서 열심히 강의를 준비해도 현장에서 부딪히는 교육생들의 반응은 혼란스러움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A강사와 B강사의 말이 다르고, A지도사와 B지도사의 말이 다르고, A지역과 B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원들의 말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교육생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도대체 어느 것이 맞느냐’는 질문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더 있는가? 필자는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말 무던히도 노력했다. 시중에 나온 예법 서적들을 탐독하고, 전통예법과 현재의 풍속을 비교분석하면서 하나하나 짚어 나가고, 도저히 답을 구하지 못할 때는 성균관에 직접 질의하면서 정리해 나갔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지금의 우리 장례행사에서 행해지는 풍속이 전통예법에서 심각하게 변질된 부분이 많고, 그로인해 많은 혼란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앞으로 3회에 걸쳐 현재의 장례풍속에 스며든 오례(誤禮)의 내용을 밝히고, 예서(禮書)에 근거한 정통예법을 살피는 글들을 연재하고자 한다. 8월에는 그 첫 번째로 장례기간 중 치러지는 각종 제사 형식 및 절차에 침투한 오례와 예서에 근거한 정통예법을 논하고자 한다.

□ ‘제사(祭祀)’라는 호칭

먼저 초종(初終: 임종에서 장지까지)의 절차 중에는 제(祭)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성복제(成服祭), 발인제(發靷祭)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사실 성복제는 성복례(成服禮)라는 말로, 그리고 발인제는 견전고사(遣奠告祀)라는 말로 쓰는 것이 전통예법에는 맞는 것이다.
 
또한 그 형식과 절차에 있어서도 기제사(忌祭祀)나 차례(茶禮)의 형태가 아닌 나름대로의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근래의 장례풍속에서는 제(祭)라는 말을 사용하며, 그 형식과 절차도 기제사의 것을 차용하고 있는데, 그 형식에 있어서도 다음에 설명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예법들이 많이 스며있다.

□ 제주(祭酒)를 세 번으로 나누어 따르는 행위

우리가 헌작(獻酌)할 때 잔에 술을 세 번으로 나누어 따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으나 이것은 유가(儒家)의 정통예법이 아니다. 잔을 채울 때 세 번으로 나누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잔을 지울 때 세 번으로 나누어 지우는 것이다. 술을 세 번으로 나누어 따르는 것은 종헌(終獻)을 마친 후 첨작(添酌)할 때뿐이며, 이것은 마지막 잔이므로 더 드실 것을 권해드리는 의미가 있다.
 
또한 잔을 지울 때 모사기(茅沙器)에 세 번으로 나누어 지우는 것은 한 번에 마시는 술의 양을 조절해 드리는 의미가 있다. 헌작할 때 세 번으로 나누어 따르는 것은 그 전거(典據)를 찾을 수 없는 예법이며, 그냥 잔을 한 번에 채우면 된다.

□ 잔을 향불 위로 세 번 돌리는 행위

잔을 따른 다음 상 위에 올리기 전에 잔을 향불 위로 세 번 돌리는 경우가 무척 많다. 그러나 이것 역시 유가(儒家)에는 없는 예법이다.
 
제사에서 향을 피우는 이유는 향냄새를 하늘로 올려서 하늘에 계신 고인의 혼(魂)을 불러들이기 위함이지 다른 주술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성균관에 문의한 바에 의하면 잔을 향불 위로 세 번 돌리는 행위는 무속(巫俗)에 근거한 것이며, 유가의 어느 예서에도 찾을 수 없는 행위라고 못 박았다.

□ 저(箸)를 세 번 두들겨서 음식 위에 놓는 행위

우리가 헌작할 때 잔을 올린 다음, 젓가락을 상 위에 세 번 두들기고 음식 위에 올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젓가락을 가지런히 하기 위해 두들기는 것이요, 고인께 음식을 권해드리는 의미로 젓가락을 올린다고 알고 있으나, 이것 역시 예서에는 없는 예법이다.
 
헌작할 때는 시접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하고, 헌작이 끝난 다음 식사하실 때(유식; 侑食) 비로소 수저를 밥그릇에 꼽고(이 때 수저의 볼록한 부분이 왼쪽을 향함), 젓가락을 시접 위에 가지런히(이 때 젓가락의 손잡이 부분이 왼쪽을 향함) 하는 것이 예서에 충실한 예법이다.

□ 복반(復飯) 전에 음식 여러 개에 저를 두들기는 행위

유식이 끝나고 헌다(獻茶: 숭늉을 올려드림) 절차까지 마치면 수저와 젓가락을 거두게 되는데, 이 때 음식 여러 개에 젓가락을 두들기면서 “정성스럽게 준비했으니 많이 드시고, 후손들에게 복도 주시고...” 라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역시 그 전거(典據)를 찾을 수 없는 예법이다. 그냥 숟가락과 젓가락을 거두어 시접에 제사가 처음 시작될 때의 모습으로 원위치 시키면 된다.

□ 초헌 후 삽시정저

사계 김장생이 펴낸 ‘상례비요’라는 예서에서는 밥그릇 뚜껑을 여는 계반(啓飯) 절차를 초헌 후 독축 전에 하도록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할 사항은 말 그대로 밥그릇 뚜껑만 여는 것이고, 밥그릇에 숟가락을 꼽고(삽시; 揷匙) 젓가락을 시접 위에 가지런히 하는 것(정저; 正箸)은 종헌 후 유식 때 하도록 기록되었다는 사실이다.
 
집안에 따라 초헌 때 계반과 함께 삽시정저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런 집안도 있는’ 것이지, 그것이 상례비요가 제시하는 방법은 아니다. 그것을 마치 표준예법처럼 알고 있는 경우를 필자는 많이 보았다. 

가가례라는 말이 있다. 예법은 집안마다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집안에서 오래도록 지켜 내려오는 예법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며,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제사를 치르기에 앞서 유족들이 직접 치를 것인지 우리에게 집례를 맡길 것인지를 물어야 하며, 집례를 맡겼더라도 집안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또한 물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집안의 예법을 존중해주는 것과, 있지도 않은 정체불명의 예법을 구태여 고집하면서 집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또한 어느 집안의 독특한 예법이 우리의 표준예법이 될 수는 없다.
 
적어도 장례행사 전문가임을 자부하는 우리들이라면 전거(典據)가 분명한 정통예법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유족에게 완벽하게 맞춰주지는 못하더라도, 틀리게 집례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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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8/22 [12:50]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교수 12/08/22 [17:33] 수정 삭제  
  계개(메뚜껑)는 초헌 할때 삽시정저는 종헌후 유식때 합니다..이것은 가가례가 아니고 통일된부분입니다..참조하십시오
민복기 12/08/22 [21:26] 수정 삭제  
  교수님... 감사합니다. ^^ 제 원고도 그렇게 되어있네요... 계반을 초헌에 하는 것은 상례비요에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맞지요... 그러나 집안에 따라 삽시정저까지 초헌 때 하는 경우도 있음이 가가례라고 말한 겁니다.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되면 술 한잔 해요. ^^^
지축인 12/08/22 [22:22] 수정 삭제  
  조상님들이 유식때 식사해야지..술잔칠때 식사는 잘못이지요..전문가는 바로 잡아주야지..그것을집안법이라 하면 유식때는 뭘 합니까?? 술을 칠까요..4번째잔,5번째잔,말도 안되는 글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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