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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훈의 장례 문화 탐구/ 초고령사회 속 사자존엄을 생각하다
 
김현훈 박사   기사입력  2024/11/12 [17:32]

김현훈 장사법문화연구소 소장

강원대학교 법학박사

사자에 대한 존경을 일깨우기 위한 현행 장사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한 논문이 나왔다. 이를 작성한 김현훈 강원대학교 법학박사는 한국경제신문사를 거쳐 미디어네트 대표직을 경험한 전 언론인으로 평화상조에 입사하며 상조문화에 관심을 키웠다.

 

논문에서 그는 인간은 죽음을 맞이한 후에도 기억되고 추모되는 존재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최근 초고령화와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인해 죽음이 빈번해지며 생명 경시 현상이 대두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에 그는 현행 장사법과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문제를 해결코자 했다. 상조매거진에서는 ‘사자존엄과 장사법제에 관한 연구’의 본문을 앞으로 지속 연재함으로써 올바른 장례문화란 무엇일지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코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번 연구 목적과 배경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 인간에게 있어서도 자기의 의지를 초월한다. 그러나 인간만이 다른 점은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다. ‘왜 인간이 존엄(尊嚴)하고 가치(價値) 있는 존재로 인정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존엄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아야 한다. 인간이라는 단순한 근거 이외의 다른 근거는 요구되지 않는다”라고 헌법학계는 밝혀왔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법의 논리로 설명하기 위해 양한 언어들이 동원되었으나 진리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그 어떤 존재보다 소중하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에서 국제 인권 문서의 맥락이나 각국의 법질서, 그리고 생명윤리의 법적 담론에서의 ‘인간 존엄’은 타인으로부터 존중을 유발하는 인간의 가치 속성이며, 이는 독일 기본법에서도 ‘불가침’성격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인간 존엄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인권이다. 이는 살아 있는 사람에 관한 규정이지만, 이를 통해 죽은 자(死者)의 존엄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 존엄이 모든 법의 근본(根本)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죽은 자의 존엄(死者尊嚴)을 지켜주려는 노력이 바로 살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만일, 사람이 죽고 난 뒤에 그 인격이 비하된다면, 살아 있는 인간의 존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20세기 후반 이후 동물과 자연환경 등 ‘비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법적·윤리적 배려는 활발히 검토되고 추진되어 왔으나, 상대적으로 사자(死者)에 대해서는 ‘비존재자’로 잊으려 하는 문화가 확대되었고, 경애 추모에 대한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극히 미약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의 장사정책에서 그동안 법이 상정하지 않았던 ‘수목장’, ‘합장식 공동묘’, ‘해양장’ 출현 등 화장 유골의 취급에 대한 ‘관대한 허용’과 산골(散骨)을 정책적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 사자존엄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점의 한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행 장사법의 문제와 개선 필요성

 

구체적으로는 ‘2023-2027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은 추진 방향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정책을 ‘무덤 이후’로 확대하는 것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정책 비전으로 “장사정책 공적 책임 강화, 친자연·지속 가능한 장사시설 확산”을 제시했다. 특히, 새로운 장사문화 선도 및 대응에 미흡하다는 자체 평가에 따라 산골의 비중을 현재 8.2%에서 2027년까지 30%까지 이용률을 확대키로 과제를 선정하였다. 

 

또한, 차세대 장사 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온라인 추모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는 명분상으로는 죽은 자를 섬기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으나, 실체 없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지난 시간과 같이 ‘버려지거나 뿌리고 잊히는, 승계가 필요 없는 장장사법이 오히려 확대되지는 않을지 우려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죽음은 또 다른 ‘영원한 삶의 여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억’ 또한 ‘함께 한다.’라는 것을 내포하는 것처럼 ‘조상의 얼’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 장사의례(葬死儀禮)라 말할 수 있다. 이것의 중요성은 모든 나라의 장사의례를 통해 시대의 사상이나 종교와 사회공동체 의식을 반영하는 최종적인 정신 문화유산이고,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가르치고 표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논문에서 사자의 존엄성과 함께 안장권리(安葬權利)를 제기하려는 것은 장사가 가족의 책무를 넘어 사회 공동체(Gemeinde)의 몫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장지(葬地)는 ‘장사법’제5조(묘지 등의 수급 계획 수립)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동조 제1항), 각 지방자치단체장(이하는 ‘지자체장’이라함)은 관할 구역 안의 지역 수급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사망률이 2050년까지 높아질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필요한 사항이다. 죽은 자를 기리고 사색하는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출발점은 현행 장사법이사자존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나 방향이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본 논문의 문제 인식의 출발점이다. 여기에서 ‘유족의 존엄’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으나 유족은 산 자의 영역, 즉, 사자의 명예훼손에 의한 유족의 경애 추모의 감정에 대한 훼손, 지식재산권의 영역이 더 크기에 본 논문에서는 별도의 장으로 구성하지 않았다.

 

연구의 배경과 목적

 

고령화와 COVID-19 영향으로 2020∼2022년 사망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연속 기록했다. 1985년에는 24만 명에 불과하던 사망자가 2020년 약 30만 5000명, 2022년 약 37만 3000명으로 1년 사이에 17.4%가 증가했다. 이 수치는 향후 두 배 정도 늘어난 2045년에 61만 명, 2070년 7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사망자 급증은 여러 문제를 불러왔다. 시신 안치고와 화장로가 부족하여 장례가 의도하지 않게 4∼7일간 늘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1인 가구의 증가도 장사정책의 문제 요소이다. 나 홀로 가구는 2020년 현재 전체 가구 중 31.2%이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 비중은 2020년 34.9%에서 205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절반(49.8%)이 고령자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대 로마인들에게는 죽음에 대한 두 개의 명언이 있다. Carpe Diem(카르페 디엠)과Memento Mori(메멘토 모리)다. 이는 '현재에 충실하라, 그리고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가정(家庭)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을 낳고, 기르고, 가르치고, 돌보아주고, 서로의 사랑을 주고받는 곳이다. 인간의 삶과 보람의 원천이며 남성과 여성, 선인(先人)과 후손, 현세와 내세를 연결하는 혈(血)과 정(情)의 맥(脈)이기도 하다.

 

이러한점에서 가정의 근원적 존엄과 신비적 매력은 현대사회라 해서 경시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시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에서는 해마다 11월이면 죽은 자를 추모하고 기리기 위해 거리를 붉은색 양귀비꽃(poppy)으로 장식을 한다. 이 꽃은 전쟁에 희생된 병사들의 고통과 희생을 상징한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1914∼1918년 11월 11일 11시) 날을 기념하여 현충일로 지내고 있다. 미국 뉴욕의 9·11 기념관에는 “시간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어떤 더 큰 사건이 일어난다 해도, 우리와 후세(後世)는 영원토록 당신들을 잊지 않으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죽은 자를 기리는 행사로 우리에게는 ‘장례식’ 외에도 종교에 따라 다양한 예식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면 유교의 제사, 불교의 사십구재와 천도재(齋) 등, 그리스도교에서는 가톨릭의 경우 위령(연)미사와 11월의 위령성월, 개신교에서는 추도식 혹은 추도예배를 통해 이뤄진다. 유교의 경우 제사의 목적은 영혼의 사후안위(死後安位)와 유족의 집안을 보호하고 축원(祝願)하기 위한 것이다.

 

각각의 종교 예식은 다르나 죽은 자와 산 자가 믿음의 연대 안에서 기억을 통해 연결되는 동질성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19세기에 이르러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하였는가 하면, 20세기 이래 핵가족화와 1인 가족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가정의 형태를 해체되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무종교인, 종교의식이 희박한 냉담자, 종교심은 없지만, 사찰이나 교회를 찾는 사람들, 무속신앙인 등 종교색에 구애받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사회문화의 변화된 특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는 죽음을 포함한 사회적 가치 의식의 변형과 다양한 사생관이 생성되었음을 알려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핵가족화는 과거에 비해 친족간의 유대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었고, 그에 따라 가족관계 안에서 경험하고 대면하였던 죽음과 장례의 경험이 적어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부모와 외조부모, 친사촌과 외사촌, 부모와 형제자매에 대한 죽음의 소식과 장례식을 통해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생명의 존엄성’을 몸으로 느껴왔는지 모른다. 그러한 문화가 현대사회에 와서 친족간의 왕래가 소원해지고, 선조에 대한 제례의 참여도 적어지면서 사자에 대한 존엄성에 관한 생각의 기회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1월에 ‘2023-2027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가장 큰 이슈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장사복지 정책을 ‘무덤 이후’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장사종합계획은 ‘장사법’에 따라 2012년부터 5년 단위로 수립해왔다. 1차년도인 2013-2017년에는 ‘화장률’ 확대를 목표(11년 71%→21년 90.9%)로 하는 정책을 펼쳤고, 2차년도인 2018-2022년에는 공동 복합형 종합 장사시설 마련(남도추모공원, 화성함백산 추모공원, 울진군립 추모원)과 e-하늘 장사 정보제공을 성과로 꼽고 있다.

 

그러나 6.25 전후(戰後) 세대와 1차 베이비 부머(1958∼1963년) 계층이 사망 시기에 다다르며 다사사회가 출현되었고. 또한, 화장률이 전국 평균 93%에 이르게 되면서 장사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의 변화는 장례를 간단하고 빠르게 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별과 미혼으로 인한 1인 가구 증가, 저출산에 의한 유가족 축소, 경제적 취약계층의 간이장(장례식을 생략하고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직행하는 것) 증가 등이 사자 경시 풍조를 우려하게 하는 현상이다.

 

본 연구는 ‘제3차 장사종합계획’에서 제시된 산골장법의 제도화 및 활성화 방안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자 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산분 이용률을 ’20년 8.25%에서 27년 30%로 확대‘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또한, 산분(散粉) 구역에는 개인 표식을 설치하지 않되 “존엄하게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별도의 헌화 공간·온라인 추모관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히고 있다. 장사종합계획의 내용을 한 번만 깊이 생각해 보면, 개인의 표식 없이 어떻게 고인에 대하여 존엄하게 추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별도의 헌화 공간이란 위령탑을 떠올릴 수 있으나 과연 그곳에서 한 사람의 삶으로 이 세상을 살다 간 사람에 대한 애틋한 경애심과 추모 감정이 우러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사이버상의 추모관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러한 인터넷상의 화상을 통해 그리운 마음이 치유될 수 있고, 영혼들과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시급히 제기되어야 할 것은 사자에 대한 존엄성이다. 사자의 존엄성은 사자 안위와 유족의 경애 추모 정신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러한 문화가 가정공동체와 사회공동체를 건강하게 성장시킬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하에서 이 논문은 현행 헌법의 해석에 기초하여 장사법이 취하고 있는 문제점과 원인을 규명하고, 법규 본래의 규정 태도에서 도출될 수 있는 올바른 관점을 정립하는 과정의 기초로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장사현장에서 고인과 유족 및 사회공동체가 공존하는 가운데 경애(敬愛)와 공경(恭敬) 사상의 고취를 통하여 나타날 것이다. 조상을 섬기며 기억하는 것과 부모나 조상의 유골을 필요 없는 오물처럼 폐기하고 해체해 버리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부분에서 모든 사람에게 안심하고 죽을 수 있는 사후보증제도로 장사복지 법제를 마련할 것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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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1/12 [17:32]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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