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개 기업 참여한 일본 최대 장례 박람회
-반려동물 장묘, 산분장 업체 참여 등 다양한 트렌드 반영
일본 최대 규모의 장례문화 박람회로 꼽히는 제10회 엔딩 산업전(이하 ENDEX)이 오다이바의 도쿄 빅사이트에서 지난 8월 28일부터 29일까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전시에는 장례, 매장, 위령 등 종활(終活) 사업과 관련된 약 160개의 기업 및 단체가 참가했으며 최근 부상하고 있는 반려동물 장묘업체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ENDEX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이벤트는 배우 이시다 준이치 씨의 ‘생전장’이었다.
생전장이란 개념은 일본에서 1990년대에 등장했으나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일본의 고령화사회 진입과 함께 종활(終活) 문화가 확산되면서 부터다. 종활은 개인이 자신의 죽음에 대비해 미리 장례 준비를 하는 활동을 의미하며, 생전장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생겨났다.
이런 생전장은 사람이 죽기 전에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장례식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장례식과 달리,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한 의식으로 진행되며, 당사자가 직접 장례에 참석할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이는 죽음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사회적 활동에 마침표를 찍고, 평소 고마웠던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ENDEX에서 선보인 이시다 준이치의 생전장은 이시다의 어린 시절부터 출연한 작품 내에서의 장면 등을 담은 메모리얼 무비가 배경에 재생되고, 이시다는 관 안에 직접 들어간 상태로 스테이지에 옮겨졌다.
이후 관에서 나온 이시다가 의자에 착석해 본인의 장례를 묵묵히 지켜봤다. 무대에서는 대학 시절부터 이어져 온 40년지기 친구의 영상 편지가 흘러나왔고, 이어 이시다의 부인인 히가시오 리코가 조사를 읽었다.
절차가 끝나고 단상에 선 이시다는 “생전장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자신도 참가할 수 있다고 하는 메리트가 있다”라며 “어느 정도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 동안, 의식이라든지 언동이 제대로 하고 있는 동안에 만날 수 있어 감사와 추억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생전장의 장점일까라고 생각한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160여개 업체가 참여한 ENDEX에는 기존 장례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아이템이 다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출전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장례라는 필수 아이템에 시대 요구를 반영한 사업모델을 추가하고, 예컨대 IT의 접목을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이와 함께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동물 역시도 이제 사람처럼 장례를 치르려는 기업들의 부스가 눈길을 끌었고, 여기엔 일본 내 60%의 화장실적을 가진 SUNTOY를 비롯해 다수 업체들이 출전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각광받기 시작한 산분장 업체의 참가도 눈에 띄었다. 유골을 가공한 인공석으로 오브제나 악세사리를 제작하는 업체, 온천 산골에서 숲 산골을 진행하는 업체, 유골을 담은 캡슐을 로켓에 탑재해 우주로 쏘아 올리는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템이 속속 등장, 산분장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