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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이별/하얀거탑
 
이정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1/08/29 [14:08]
신과 인간의 경계에서

의학 드라마는 국내외에서 상당히 인기 있는 드라마 장르 중 하나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라 이외의 장르 드라마를 접하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은 깊숙한 부분까지 알지 못하는 전문 분야를 다룬 의학 드라마는 색다른 재미를 갖고 있다.
의학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데에는 이러한 전문성과 특이성 이외에도 의사라는 직업이 갖고 있는 특별한 의미도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다.
 

의사는 어떤 면에서 인간임과 동시에 신의 성격을 갖는 특이한 직업이다. 내부적,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상한 육신을 회복시키고 죽음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영역을 초월하는 능력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이들의 능력과 역할은 의사라는 직업군에 대해 일종의 권위를 부여한다. 환자는 자신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보다 의사의 지시와 처분에 생명을 의지한다. 어떤 이들은 이유 없이 뭔가 위축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병원을 찾는 게 꺼려진다고도 할 만큼 이들의 권위는 상당하다.

의사들만의 특별한 능력과 역할은 반대로 사람들로 하여금 이들에 대한 특별한 기대를 갖게 하기도 한다. 우리가 의학 종사자들에 대해 갖고 있는 긍정적인 판타지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고, 자신의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는 이미지다. 많은 경우의 드라마나 영화 등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의사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대부분 열정적이고, 감성적이며, 맹목적이기도 하다. 차갑고 거친 모습의 인물들도 생명을 다루는 일에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더욱 그런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속성과 판타지에 관한 것일 뿐, 이들 또한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다. 이들도 갈등을 겪고, 개인적인 욕망을 갖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경제적인 안정과 사회적 지위·명예를 위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때문에 이들은 외부에서 보게 되는 권력성과 희생의 판타지, 그리고 그들만의 세계에서도 분명 존재하는 인간적인 속성이 혼재함으로써 매력적인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지난 2007년 MBC에서 방송된 ‘하얀거탑’이라는 드라마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보여줄 수 있는 이러한 다양한 캐릭터를 입체적이고 인간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방영 당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야망을 가진 의사, 죽음 앞에서 무너지다

하얀거탑은 본래 1969년 일본 작가 야마자키 도요코에 의해 쓰인 장편소설로, 일본에서 1978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며, 대만에서도 2006년 드라마로 제작된 바 있다. 2007년 한국에서 방송된 드라마까지 포함하면 세 국가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스토리가 힘이 있고 매력적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명인대학교 의대 동기이자 명인대학병원에 같이 근무하고 있는 두 의사 장준혁과 최도영이다. 이 두 사람은 학교 다닐 때부터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지만, 의사로서 일에 임하는 자세나 성격은 정반대다. 어려운 집안 환경을 극복하고 명인대학병원 최고의 외과의사로 인정받으며 출세 가도를 달리는 장준혁은 환자를 위한 희생정신보다 자신의 성공과 야망을 위해 일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 최도영은 환자가 불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꼼꼼히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자신의 환자가 죽어갈 때 누구보다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적인 의사로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상반된 성격을 지닌 이 두 명의 의사가 친구로서 우정을 다지면서도 각자의 입장으로 인해 대립, 갈등하게 되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이 드라마의 무게감은 사실상 장준혁에게 쏠려 있다. 그 동안의 의학 드라마가 대부분 최도영 같은 따스한 의사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결국 그러한 인간형이 승리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그 갈등 속에서 나타나는 욕망을 쫓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장준혁의 모습에 집중한다. 

이 드라마의 스토리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장준혁이 이주완 과장의 은퇴로 차기 외과 과장에 오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장준혁의 인품에 회의를 느끼는 이주완은 외부 인물인 노민국을 영입하려 하고, 장준혁은 의료계에서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장인의 도움을 얻어가며 결국 싸움에서 이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장준혁을 외과 과장으로 만들기 위한 온갖 로비와 방해공작, 그리고 두 진영의 다툼 속에서 실리를 챙기려는 다른 인물들의 모습이 어우러지며 마치 정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긴박감을 제공한다. 두 번째 부분은 결국 외과 과장이 된 장준혁이 환자를 정밀검사 해달라는 최도영의 부탁을 외면하고 성공을 위해 세계 외과 학회장 부인의 수술을 하다 결국 환자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환자의 죽음으로 재판정에 서게 된 장준혁은 자신이 쌓아온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죄를 부정하고, 최도영은 그를 막기 위해 환자의 유족을 도우며 두 사람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마지막 부분은 재판에서 패소한 이후 항소를 준비하던 장준혁이 담낭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이 병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부분이다. 자신의 야망을 쫓던 장준혁은 주변 인물들과 많은 갈등을 겪지만, 그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이들은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던 의사가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해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며 허망함과 연민을 느낀다.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출연진들의 리얼한 연기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장준혁 역을 맡은 김명민은 야망에 눈이 먼 천재 의사의 내면적인 갈등과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잃어갈 때 느끼는 절망감, 미련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인터넷 상에서 ‘연기의 신’이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호연을 펼쳤다.
 
그의 설득력 있는 연기는 이 드라마의 핵심인 욕망을 쫓는 인간의 모습과 결국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는 허망함을 절실하게 보여줬다. 장준혁의 죽음은 단순히 한 인간의 죽음이 갖는 슬픔과 무게감을 뛰어 넘는다. 생명을 자신의 야망의 도구로 삼는 의사가 결국 죽음 앞에 무너지는 모습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며, 이 아이러니는 죽음이 갖는 허망함과 절대적인 파괴력을 가장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온갖 비열한 술수가 난무하는 권력 싸움에서 승리한 승자의 죽음은 언제나 허망하지만, 그 인물이 생명 위에 군림하는 의사였기에 장준혁의 죽음은 더욱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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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8/29 [14:08]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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