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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산분리 완화 발표 지연···보험사 상조업 진출 ‘공회전’
 
김성태 기자   기사입력  2023/09/25 [23:15]

 

-상조업계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로 전문성 차별화

 

보험사와 은행 등 금융권의 비금융업 자회사 설립 등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 완화가 늦춰지면서 상조시장 진출을 엿보던 생보사의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당초 지난 8월말 금산분리 규제 완화 최종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금융업계의 반발로 인해 발표를 연기한 상황이다. 때문에 올초부터 상조산업 진출 의사를 피력해왔던 생명보험협회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렇다고 보험사의 상조산업 진출 가능성이 아예 ‘무’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가능한 갖가지 방법론은 물론, 앞으로의 정책 향방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할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8월 28일 예정했던 금융산업의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을 골자로 한 금산분리 완화 최종안 발표를 돌연 연기하면서 보험업계의 상조업 진출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현재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의 비금융업 진출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에 미치는 악영향을 크게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 측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의견 수렴을 통해 금산분리 완화 최종안을 수정하고, 논의 과제를 축소하는 등의 절차를 다시 거쳐 발표 일정을 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는 “지금까지 논의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며 “중소 사업자 간 불공정 경쟁 논란이 없는 분야부터 융합을 시도하는 등 의견 수렴을 거친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금융위원회의 결정은 상조업계로서는 달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올초부터 생명보험협회가 지속적으로 상조산업 진출 의지를 피력해왔고, 지난 6월에는 본격적인 진출 가능성을 점치기 위한 연구 용역에도 나섰던 상황이다. 또한 생명보험협회의 상조산업 진출 로드맵은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직접 진출이 유력했다. 그러나 보험사가 상조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행 시행령은 보험사의 업무범위에 상조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 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업에 대한 지분을 15%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어 이번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조치가 무엇보다 절실했던 상황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이번 금산분리 완화 발표를 연기한 가장 큰 이유로 중소사업자 등의 반발을 꼽고 있는 만큼, 금융사와 보험사·비금융업종 간의 의견 조율 없이는 제대로 된 금산분리 완화 대책이 섣불리 나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발표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상조산업 역시도 대부분 구성원이 중소사업자들로 포진해있고, 메이저 보험사와 같은 대기업 진출 시 영세한 규모의 상조업체 생존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국상조산업협회 등 사업자를 대표하는 단체에선 일찍이 보험사의 상조산업 진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고, 올해 가졌던 보험업계와 상조업계 간 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던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일각에서는 최근 연이어 터진 은행권의 수천억 단위의 횡령 사고 등을 거론하면서 금산분리 완화 조치를 마련하기 이전에, 금융업계의 내부 통제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와 금융업계의 내부통제는 모두 중차대한 사안으로 금융위원회로서는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이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비금융업계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할 수 밖에 없고, 이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금융업과 비금융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최종안을 만들려고 한다”며 “다만 그 시점은 현재로선 곧바로 얘기할 수는 없는 단계로 신중하게 방안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 발표가 연기됐다곤 하나 보험사 측이 상조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다. 자회사 설립을 제외하고, 제 3자를 통해 상조회사를 인수해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고, 과거 ‘상조보험’ 상품과 같은 상조업체와 업무제휴를 통해 간접 진출을 엿볼 수도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생명보험협회의 의중과 달리 실제 보험사들은 상조산업 진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염두하는 곳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향방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신중한 분위기다. 상조보험 상품의 경우, 단순 제휴 형태로 운영돼 상조회사의 노하우를 벤치마크하는데엔 적절하지 않았고, 판매 역시 런칭 초기 프로모션 시기를 제외하면 그다지 좋은 ‘벌이’가 되진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장례서비스의 경우 상조업계가 이미 관련 시장을 크게 점유하고 있어 특약으로 상조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이미 전체 인구 중 800만 명은 상조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수 보험사들은 이미 포화상태인 장례서비스보단 아직 블루오션인 실버케어영역, 즉 요양업이나 호스피스 등 그나마 관련성이 높은 산업에 대해 더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기존 매물로 나온 상조회사를 인수하는 것 역시 논의거리였지만 당장 금산분리 완화 조치 발표가 연기되면서 이 역시도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앞서 3자를 앞세워 인수해 운영하는 것도 사실상 가능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험사 측이 오히려 큰 관심을 내비치지 않아 가능하긴 하더라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자동차의 금융업 급습···금산분리 이슈 새국면

 

금융권의 비금융업 진출을 두고 혼란과 진통이 계속됐던 가운데, 되레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넘보는 일도 발생했다.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자 금융당국은 당혹감부터 드러냈고, 이번엔 금융권에서도 저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또 한번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자본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중고차 판매시장 진출을 위해 대출성 상품 중개업 등록 신청서를 금융감독원에 최근 제출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인증 중고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당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이 할부금융 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중고차 금융상품 중개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비금융회사가 자회사를 설립해 금융권에 진출한 사례는 있었지만 전통 산업자본이 직접 금융 관련업에 진출하는 경우는 처음이다”라며 “금융법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이슈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22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이 같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이슈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세미나에서 오태록·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전문위원은 “산업자본이 금융업을 직접 운영하면 한 회사 내에서 제조업과 금융업 부문이 혼재, 각 사업의 위험을 분리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자본이 직접 금융업에 뛰어들면 자금이나 자산을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부당지원이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또한 비금융업과 금융업 모두 운영하면서 규제가 더해져 재무건전성, 내부통제, 금융소비자 보호규제 등의 부담이 커진다고도 했다. 

 

중고차업계, 대기업 진출에 ‘골목상권 침해’ 강력 반발

상조업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해야

사업자 단체, 한국표준산업분류 코드 등재 등 노력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고차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유는 상조업계와 마찬가지로 ‘골목상권의 침해’다. 이와 관련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이미 올해 초부터 현대자동차의 자동차매매업 골목상권 진출을 철회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연합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엿봤던 현대자동차는 이미 지난 2월 경기 용인의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 즉, 중고차 업계가 이미 포진해있는 곳에 현대자동차가 입점하게 되면 수 많은 중소매매업자의 생계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기존 매매단지에 입주하려는 현대차의 행위는 '골목상권'에 진입해 자동차 매매업에 종사하는 30만 영세 소상공인 가족의 생존권을 빼앗는 상도덕에 어긋난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매매단지에 입주하는 시설은 중고차 매장이 아닌, 정비 시설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시일은 추석 이후로 점쳐진다.

 

현대차·기아는 앞서 입주한 용인의 오토허브를 통해 수도권에 진입하고, 신차 출고 센터로 활용한 양산 센터를 부산, 울산, 경남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자체적인 인증 체계를 만들어 신뢰도를 높이고, 온라인 판매 플랫폼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파죽지세로 진출을 단행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중고차 판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고차 판매업은 본래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의 시장 참여가 제한됐었다. 그러나 2019년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한이 지나면서 대기업의 진입이 가능해졌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새롭게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때마침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더해지면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상조업이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또, 대기업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중소업종을 위협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에 현재 상조업계에서는 한국상조산업협회·대한상조산업협회를 필두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위한 선행작업으로 표준산업분류 코드 상조업 등재 논의를 수 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중소기업중앙회에 정회원사로 가입, 대기업 등의 진출에 대한 대응력을 실질적으로 높여나가고 있다.

 

사업자 단체와 더불어 상조업체들 역시 지속적으로 자체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직영장례식장을 늘리고, 자산운용에 힘쓰는 등 서비스 기업에서 금융사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며 재무안정성을 기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가 상조업체 진출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소비자 피해 이슈 또한 이 같은 상조업체의 자구 노력과 공정위의 정책적 뒷받침이 어우러지며 대부분 개선됐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시장 정화를 위해 보험사가 나서지 않아도 이미 상조업계는 건전화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영세업체의 구조조정, 기업사냥꾼 세력의 퇴출, 리딩 컴퍼니의 꾸준한 재무안정성 도모 노력 등을 통해 산업의 질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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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25 [23:15]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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