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넘어 펫케어까지···라이프 케어의 진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지털 전환 ‘화두’
시장 내부로 결속하고 외부에서 혁신
리딩 컴퍼니 중심 자산운용 전문성 확대···재무안정성 기여
신상품 개척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토탈 라이프 케어 산업으로 도약한 상조업계에 또 한번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비대면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산업계의 판도가 바뀌었듯, 상조업계 역시 온라인 추모관, 챗봇 서비스 정비, 고객 데이터 플랫폼화 등 IT 기술을 접목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고 판매상품 역시 기존 라이프 케어 분야를 더욱 확장해 전문성을 높이거나 소비자의 혜택을 확대하는 등 보다 세밀한 핀셋 타깃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판매채널도 오프라인과 더불어 온라인을 병행하는 한편, B2B, TM, 인포모셜 등 홈쇼핑, TV광고 등 대외 홍보의 확대 등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며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위축됐던 분위기를 환기하고 있다. 즉, 변해야 생존이 가능한 환경에서 각자의 특화된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화두는 ‘디지털 전환’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상조업계와 유사한 환경의 보험업계에서는 이미 AI 채팅 서비스인 Chat GPT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고객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도록 개발에 나섰고, 생성형 AI의 빅데이터를 축적해 플랫폼으로 쌓아올린 고도화 작업물을 시장에 내놨다.
일례로 신한라이프의 경우 신한금융그룹사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인 ‘신한 ONE Data’를 구축했다. ‘신한 ONE Data’는 신한라이프, 은행, 카드, 투자증권 등 주요 그룹사의 데이터를 표준화해 통합하고 사용자 맞춤형 분석 및 활용을 지원하는 데이터 플랫폼 기술이다. 신한라이프는 이를 통해 그룹사 고객을 심층 분석하고 데이터를 고도화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및 ‘고객에게 꼭 필요한 신상품 개발’ 등 금융소비자 가치 극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상조업계 역시 이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프리드라이프는 지난 4월 상조업계 최초로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 도입을 통해 고객 경험 개선과 디지털 전환 가속에 나선다고 공표했다.
이를 위해 프리드라이프는 4월 부터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와 제휴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CDP ‘디파이너리’를 도입, 회사는 고객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마케팅 환경 고도화에 나섰다.
CDP 솔루션이 제공하는 데이터 정제·통합, 고객 프로파일 분석, 고객 세분화 등의 기능을 통해 고객에 대한 빅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데이터를 읽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인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를 확보해 고객 경험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프리드라이프는 최근 산업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지난해부터 24시간 모바일 장례 접수 서비스, AI추모 서비스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AI 추모 서비스 ‘리메모리’는 부모님 등 추모 대상자를 딥러닝 기술로 구현해 사후에도 고인과의 재회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로 오프라인 중심의 추모 공간의 제약을 없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업계 선두 기업으로서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고객 데이터 플랫폼 도입을 결정했다”면서 “고객에 대한 빅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여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모바일 상조계약 서비스 등을 출시해 판매자와 소비자의 편의를 도모했던 더피플라이프 역시 디지털 전환에 선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피플라이프는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른 계약 방식 개선에 이어 ARS, 홈페이지를 비롯해 카카오톡 등 각종 AP에서도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챗봇 서비스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가입내역조회, 납부조회 등 기가입 회원의 편의 도모는 물론, 신규 회원의 각종 문의 역시 응대가 가능해지면서 고객 만족도 제고를 비롯해 자사 상담센터의 효율성 제고도 기여하는 등 업무의 편의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온라인 중심의 산업이 전개되면서 더리본에서는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는 사이버 추모관을 리뉴얼해 높은 호응을 얻은 바 있으며, 이후에도 여러 업체들이 사이버추모관을 운영하며 새로운 추모 문화를 형성하는데 일조했다.
다수의 장례식장 운영을 겸하고 있는 교원라이프에서는 지난 5월 24일 장례브랜드 ‘교원예움’을 런칭하는 한편, 지난해 사내 벤처팀을 꾸려 각종 장례 정보, 직관적인 장례식장 검색 및 가격비교 등 체계화된 프로세스를 구축해 장례식을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 이미지 제고로 주타깃층 확대 나선 대명스테이션 ▲ 사업다각화, 상품다변화로 대표되는 더리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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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 상품 중개 넘어 자산운용사로 변모
코로나19 이후 온라인·비대면이 강세를 보였다면 고금리 시대를 맞은 현재 상조업계의 큰 변화가 있다면 바로 자산운용 분야다. 프리드라이프·대명스테이션 등 ‘조 단위’ 회사가 등장하면서 상조회사의 자산 투자 방식도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인 분야에서 한 발 나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산 운용 부분에서의 내실은 소비자의 신뢰 제고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상조업계의 회계적 핸디캡을 극복한 흑자기업의 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돌파한 프리드라이프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현금과 금융상품 등 유동자산이 3895억원으로 전기 3194억 원 대비 21.95% 증가하는 등 자산운용사로서의 확고한 변모를 보여줬으며, 기존 투자 부동산 등을 포함한 비유동자산 역시 1조 8270억원으로 전기 1조 5559억원 대비 17.42% 증가하는 등 지난해와 올해 계속되고 있는 경기 악화 여파에도 꿋꿋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지난해 선수금 규모 1조원을 돌파한 대명스테이션 역시 눈에 띄는 자산 증대로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대명스테이션은 각종 유동 자산이 4662억원을 기록하며 전기 1119억원 대비 3배 이상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현금성 자산 역시 1402억원으로 전기 733억원 대비 2배에 가까운 증가치를 나타냈다. 장례일변도였던 상조업계가 라이프 케어 서비스로 변화하는데 중심추 역할을 해왔던 더리본 역시 사업다각화에서 차별화를 꾀해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현금을 비롯한 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당좌자산, 유형 자산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으며, 다양한 라이프 토탈 서비스에서 발생한 매출액이 총 720억원으로 업계 4위에 랭크되는 등 정통 상조기업 가운데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또, 해마다 30%에 가까운 선수금 증가율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을 보이며 10위권에 진입한 더피플라이프 역시 풍부한 자산운용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피플라이프의 자산 규모는 2021년말 1584억원에서 2022년말 2088억원으로 한 해 동안 504억원이 증가하는 쾌거를 기록했으며, 현금성자산을 포함한 제약없이 가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300억원에 달하는 등 자산운용 측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형 자산 역시 329억원으로 전기 275억원 대비 54억원이 증가했고, 이에 힘입어 전반적인 영업손실 폭이 줄어드는 등 신흥 강세 업체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교육, 의료, 펫 케어까지···라이프 파트너로 거듭난 상조업계
최근 상조업계에서는 ‘장례, 웨딩, 크루즈’로 대표되는 토탈 라이프 케어 분야 역시 보다 강화되고,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홈 인테리어, 반려동물 케어, 어학연수 등 교육분야, 의료분야를 비롯해 크루즈 여행상품을 세분화한 일반 여행 상품, 골프 프로그램을 더한 콘셉트 여행상품 등 사실상 생애 전주기를 책임지는 상조문화기업으로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비스가 다양해지는 만큼, 관련 멤버십도 강화되면서 상조상품은 단순히 계약을 받아 서비스를 중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가입 기간 동안에도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향후 어떤 ‘행사’ 서비스를 받기 이전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라이프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우선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상조기업은 더리본이다. 웨딩상품을 특화시켜 수위권에 오른 더리본은 뷔페 브랜드 ‘더파티’ 사업까지 성공하면서 예식과 수연을 모두 아우르는 올인원 웨딩 시스템을 구축한 상황이다. 웨딩사업에서의 안정적인 매출과 웨딩 프로그램의 연장으로서 더파티의 역할이 연계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러한 매출을 바탕으로 또 다른 특화상품인 크루즈 여행의 연장성인 어학연수를 포함한 해외 교육상품도 높은 인기를 끌며 라이프 케어 서비스의 개념 확장에 있어서 차별화 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프리드라이프와 부모사랑 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쌓아왔던 크루즈 여행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엔데믹 이후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고, 대명스테이션은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려 ‘한 달 살기 프로그램’ 운영하거나, 해외 여행을 겸한 회원 대상 골프 대회를 개최하는 등 소비자 친화전략으로 충성 고객 만들기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더피플라이프는 국내 유수 기업들과 제휴를 확대해나가며 멤버십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엔 에듀윌과 다비치와의 제휴를 통해 인터넷 강의 등 교육서비스, 안경 맞춤 등에서 더피플라이프가 회원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1그램, 포포즈 등과의 제휴를 통해 최근 증가하고 있는 ‘펫팸족’을 겨냥한 반려동물 장례, 간식, 공간 대여 등 반려동물의 생애주기까지 배려한 케어 서비스를 선보여 나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 니즈 다변화에 멤버십 서비스도 확대
납입금 활용도 높여 충성 고객 유치하고, 고객관계관리 효과도 커
이러한 라이프 토탈 케어 개념의 확장을 비롯한 다채로운 멤버십 서비스의 등장은 실제 이용율이 낮은 단순한 옵션 역할을 벗어나 소비자의 직접적인 니즈가 존재하는 분야에서 상품화가 되고, 부가 서비스로 탑재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회문화의 변화와 소비패턴, 주 소비층의 여론과 욕구를 충분히 반영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최근의 상조상품은 ‘패키지 상품’의 이용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가입 목적까지 확대해나가고 있다.
기존 상조가입자의 경우, 훗날의 장례에 대비하거나, 예식비용을 미리 마련하기 위해 상품을 구매하는 등 명확한 가입 목적에 근거해 상조회사와 연을 맺어왔으나 최근엔 우선 상조상품에 가입한 다음 해당 소비자의 필요와 여건에 맞춰 얼마든지 원하는 서비스를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의 폭 자체가 대폭 넓어진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주로 고연령층에 국한됐던 상조가입자의 연령층을 3040대까지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으며, 더리본이나 대명스테이션 등을 필두로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의 광고 활동까지 더해져 ‘상조’에 대한 기존 고루함 인식을 타파하는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대명스테이션의 경우, 모회사의 사업분야 또한 여가와 레저를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젊은 연령층의 유입에 각별히 신경써오고 있으며 고객관계관리에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레디캐시 앱’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입 도중 중간중간 납입금을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데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고객 멤버십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상조업계 CCM 인증 쾌거 등 대외 이미지 제고도 눈길
리딩 컴퍼니의 마케팅 활동을 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화 추이를 살펴본 가운데, 이러한 업계 전반의 결속도 상조업계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공정위 인가 사업자 단체인 한국상조산업협회의 공식 출범을 통해 대표 단체의 부재라는 핸디캡에서 벗어나 ‘공동 상생’의 가치를 지향하기 시작한 상조업계는 최근 생명보험협회의 상조업 진출 저지, 할부거래법 개정과 크루즈 여행상품 해약환급금 고시 개정에서의 의견 개진 등 하나 된 활동을 통해 그동안 소비자 측 논리에만 포커스를 맞춰왔던 공정위와도 협력적인 소통을 이어나가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여전히 상조업을 향한 외부의 시각이 부정적인 측면이 많고, 그로 인한 규제 정책도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여럿 법이나 고시 개정 과정에서 상조업계의 의견이 다수 반영되는 등 규제의 ‘가시’는 많이 사라진 형국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한 상조업계의 노력과 관련해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CCM(소비자중심경영) 인증’도 빼놓을 수 없다.
CCM은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지를 심사해 인증하는 제도로, 한국소비자원이 평가하고 공정위가 인증하는 제도다. 지난 2005년 ‘소비자불만 자율관리 프로그램(CCMS)’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표된 후 2007년 첫 인증을 시작으로, 두 차례의 명칭 변경을 거쳐 현재의 ‘소비자중심경영’ 인증 제도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내로라는 기업들이 고객친화 서비스의 상징으로서 CCM 인증을 받아오고 있다. 물론 심사도 까다롭다. 경제적 이익만이 아닌 소비자를 위한 경영활동 전반을 체크하고, 최근 부상하고 있는 ESG 경영 여부도 들여다보는 등 견고한 기준과 점수 체계로 엄정히 선발하고 있다.
이러한 CCM 인증을 받았던 업체는 그간 디에스라이프, 평화누리, 더케이예다함상조 등 소수에 불과했으나 지난 2020년 상조보증공제조합이 창립 10주년 기념사업으로서 자격을 갖춘 조합사에 대한 CCM 인증을 추진하면서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첫 해에만 더피플라이프, 부모사랑, 효원상조, SJ산림조합상조, 우정라이프, 위드라이프가 인증에 성공했고, 뒤이어 대명스테이션, 용인공원라이프, 보훈상조가 잇따라 인증을 획득하며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조합사 외에도 현재 풍부한 선수금과 높은 매출 달성으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더리본이 CCM 인증을 위한 결의식 개최에 나서는 등 앞으로도 내로라는 기업들의 참여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크루즈 통해 제2의 전성기 맞았던 상조업계
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하길 기대
정리하자면 이처럼 최근 상조업계는 ‘결속’을 통해 소비자 신뢰 제고에 공동의 노력을 보여주는 한편, 마케팅 적으로는 다양한 B2B와 멤버십, 신상품의 확대 등을 통해 상조상품의 정의를 바꿔나가고 있으며 이를 가능케하는 ‘재원’, 즉 자산운용의 고도화를 통해 신기원을 열어나가고 있다. 상조업계는 과거 숱한 규제 강화와 코로나19, 경기 악화까지 위기 때마다 ‘변해야 산다’는 생의지를 보여주며 한층 더 나은 산업으로 ‘탈피’를 거듭해왔다. 이러한 변화는 물론 올해도 마찬가지의 모습일 것이다.
상품다변화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졌다면 올해는 더욱 세심한 변화가 예고된다. 디지털 전환이 그것이다. 과거 크루즈 여행상품과 결합상품으로 제2의 전성을 맞았던 상조업계가 또 한번 혁신적인 변화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