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규모 상조산업, 언택트 활성화 이어 여행수요 부활에 모객 박차
법 개정 이슈···공정위 탁상행정 도마, 업계 의견 반영돼야
2022년 상조산업은 2년 이상 경제를 악화시킨 코로나19의 암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온라인·언택트를 중심으로 다층적인 상품 판매를 전개해왔던 회사들은 오프라인 채널과 B2B 확대 등에 다시 나섰고, 올 하반기부터 해외여행 빗장이 본격적으로 풀리자 억눌러있던 여행 등의 여자 소비의 회복이 기대되면서 크루즈 여행상품의 판매도 속속 재개되고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고, 미국과 유럽의 가파른 금리 인상 정책도 악영향을 주는 등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이에 일각에선 고금리 시대에 대응하고자 투자수익을 다변화한다는 방침도 있으나, 유동성이 악화된 업체들은 상황이 좋지 않다. 또한 캐피털회사를 낀 결합상품 판매회사의 경우 역시 높은 금리로 인해 최근 잇따라 방송송출을 중단하고 있어 경기침체 여파에 따른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상반기 상조업계의 성장 지수는 꾸준했다. 올해 상반기 상조업계의 총 선수금 규모는 7조 4761억원으로 지난 하반기 대비 3532억원 증가했으며, 가입자 수 또한 전년 684만 명에서 729만명으로 늘어 성장을 이뤘다. 상조매거진에서는 2022년 상조산업의 성장과 전반적인 변화를 돌아보고, 이를 각 파트별로 결산했다. (본 기사는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편집자주-)
[파트1 상조업계 성장 동향]
올 상반기 선수금 규모 10%대 성장 지속…언택트·온라인 활성화
공정위는 지난 상반기 상조시장에 대한 정보공개를 발표하면서 “등록업체 수가 줄었지만 가입자와 선수금이 증가하면서 꾸준한 외형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반기 상조업계의 총 선수금 규모는 7조 4761억원으로 지난 하반기 대비 3532억원 증가했다. 가입자 수는 729만명으로 집계되며 전년 712만명 대비 17만 명이 증가하는 등 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조업계는 오랜 시간 영세업체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대형 업체 중심의 성장 구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도 이런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이와 관련, 가입자 수가 5만 명 이상인 업체는 21곳으로 이들의 선수금은 6조 6204억원을 차지해 전체 시장 규모의 88.6%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입자 수가 1000명 미만인 11개사의 선수금 규모는 약 62억원으로 전체의 약 0.1%에 불과했다. 총 선수금은 7조 4761억 원으로 선수금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5년 3월말 3조 5249억원에서 반기마다 증가를 거듭했다. 대형 업체 중심의 성장 구도가 가속화되면서 대외적인 신뢰성 제고도 이뤄지고 있다. 이들 대형사는 저마다 CCM 인증을 비롯해 업체의 폐업에 따른 피해 소비자에 대한 현물보상을 골자로 한 ‘내상조 그대로’ 시스템의 행사제공 업체로 참여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물론, 중견업체인 한강라이프의 폐업과 최근 한효라이프의 폐업이 업계의 이슈가 되기도 했으나 피해보상 주체인 공제조합과 ‘내상조 그대로’ 제공 업체, 공정위와 지자체 간의 원활한 협력과 제도의 홍보로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상조공제조합은 한강라이프의 폐업 직후 홈페이지 리뉴얼을 비롯해 ‘내상조 그대로’ 광고를 송출했고, 상조보증공제조합은 한효라이프의 폐업 이전부터 조합사·공정위 간 소통을 통해 피해보상 콜센터 운영·확대를 통한 사전 응대, 내상조 그대로 서비스에 대한 공지부터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사전에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기여했으며 이로 인해 별다른 잡음 없이 피해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상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내상조 그대로’서비스에 참여하는 등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향후에는 업체의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의 사전 예방을 위한 노력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상반기 상조업체 정보공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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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지침 완화되면서 신상품 등 마케팅 전략 활발
고금리 시대 접어들며 결합상품 축소, 투자수익 모색
암담한 경기와 코로나19의 악재 속에서 상조업체의 성장 전략은 ‘온라인’과 ‘언택트’였다. 기나긴 코로나19 속 자금 영업 난항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업체들의 경우 ‘숨고르기’를 택하며 체력을 아낀 반면,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풍부한 업체들은 온라인 채널에 기반한 멤버십 강화와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되레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업체도, 마케팅 전략을 펼쳐 온 업체도 올해 방역조치의 완화와 해외여행의 빗장이 풀림과 동시에 영업 재개의 상황을 맞아 큰 고비는 넘어선 상황이다. 프리드라이프, 대명스테이션, 더리본, 부모사랑, 더피플라이프, 보람상조 등 여럿 업체들은 각각 사이버 추모관, SNS 마케팅, 새로운 광고, 국내외를 넘나드는 여행상품, 웰다잉·시니어에 대한 사전 서비스 강화에 나섰고, 당장의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 B2B를 확대하며 외연 성장에 집중했다.
특히 최근엔 여행업체까지 소규모 상조회사를 인수하며 상조 시장 내 여행상품 판매를 준비하는 등 수요가 집중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크루즈 여행상품과 관련한 활발한 마케팅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이다.
장례상품 역시 최근 사망자가 급증하고,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활황을 띠고 있다. 화장장 부족 사태가 여러차례 나타날 정도로 포화를 이뤘고, 이에 대한 상조 상례사의 역할이 대두되면서 각 회사들은 철저한 교육을 통해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형업체의 주력상품으로서 효과를 발휘한 결합상품의 경우 고금리 정책 기조로 인해 캐피털사를 낀 업체들의 판매가 주춤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결합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운영 방식을 선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침체가 풀리기 이전까지는 다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전략을 내세우겠다는 입장이다.
[파트2 한국경제 전반 결산]
3분기 가계 빚 역대 최고치, 기업도 실적 부진 이어져
소비심리 위축 따른 해약 방어 전략 필요
해마다 10%씩 신장해 온 상조업계의 성장세가 코로나19 속에서도 유지됐지만 올해부터 이어진 암담한 경기침체는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9월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0조 6000억원으로 기존 최대였던 올해 2분기(6월 말 기준 1868조4000억원)보다 0.1%(2조2000억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까지 더한 포괄적인 부채 상황을 뜻한다. 가계는 물론 기업들도 상황은 좋지 않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BSI 전망치는 85.4를 기록했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부정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라는 의미다.
이 수치는 올해 4월(99.1)부터 9개월 연속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막론하고 모두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내용의 BSI 조사 결과를 내놨다. 내수 부진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 체감 경기가 1년 11개월 만에 최악 수준으로 나빠졌다는 평가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11월 한달 간 모든 산업의 업황 BSI는 75로, 10월(76)보다 1포인트(p) 내렸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79)이 4p, 중소기업(69)이 1p 올랐고, 기업 형태별로는 수출기업(75)이 4p, 내수기업(74)이 2p 상승했으며, 제조업보다 비제조업의 하락이 눈에 띄었다. 11월 비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 대비 3p하락한 76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월(72)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부 업종별로 살펴보면 도소매업(75)이 내수 부진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영향으로 전월 대비 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내 출혈경쟁 지양하고, 상조산업 지켜나가야
가계와 기업 모두 경기침체로 인한 악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상조업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대형사 중심의 성장 기조와 매월 막대한 현금을 운용할 수 있는 상조산업의 특성상 위기를 타개할 방법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산운용 노하우나 상품판매 전략이 취약한 지역 중심의 토착 상조회사들이다. 유동성 악화로 인한 경영난으로 사실상 신규 회원 모집을 포기한 업체들이 적지 않은 바, 이들에 대한 소비자 피해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특히 자금 유동성이 부족한 회사들의 경우 행사 매출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갑작스럽게 해약이 집중될 경우 이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가계 부채가 많은 현 상황에서 현재 모든 상조업체들이 우려하는 바가 바로 ‘해약’이다.
정치권이나 언론 등의 마녀사냥으로 인해 해약 사태를 초래한 사례는 기존에도 심심찮게 있어왔으나, 최근에는 후불제 의전업체, 장례식장 등 동종 상품을 취급하는 다른 업종에서의 ‘마녀사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수당에 의존해서 움직이는 GA 등의 외부 판매조직과 TM 등 주요 채널들의 ‘몸값’까지 비싸지며 상조업계 내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업을 비롯한 전 산업 구조가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과도하게 빼앗고, 회원을 이탈해가는 등의 얌체 영업, 무차별 출혈 경쟁이 야기되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라며 “시장이 질적으로 성숙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제 발로 상조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이러한 논쟁거리를 만들기 보단 사업자 단체나 업계 전체 차원의 중지를 모아 대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