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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드라마 ‘수리남’
 
이정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2/11/14 [11:24]

 

-한 민간인의 놀라운 모험기

 

한국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식품 납품, 노래방, 카센터를 운영하며 열심히 살아온 강인구. 그렇게 열심히 살면서 가족을 꾸리고 아파트도 마련했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의 삶이 부족해 보인다. 어릴적부터 지긋지긋하던 가난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 가난이 아이들에게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으로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애쓴다.

 

그러던 중 원양어선을 타는 친구 응수가 인구에게 솔깃한 제안을 해온다. 수리남이라는 남미의 한 나라에서는 홍어가 많이 잡히지만 먹지 않으니 그것을 한국으로 수입을 해오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이에 인구는 응수와 함께 수리남으로 향하고, 뛰어난 처세로 현지 군 책임자에 로비까지 해가며 사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듯 보인다. 그러던 중 중국계 갱인 첸진 일행이 사업에 시비를 걸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한인 교회에서 전요환 목사를 만나 문제를 해결한다.

 

이후 인구는 수리남에서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전 목사와 가까워지려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으로 보낸 홍어들 사이에서 마약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인구는 그 일로 현지 감옥에 수감된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온 국정원 요원 최창호로부터 이것이 전 목사의 음모이며, 응수는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당황한 그에게 최창호는 함께 힘을 모아 전요환을 체포하자며 위험천만한 제안을 해온다.

 

올해 9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된 드라마 ‘수리남’의 줄거리다. 수리남은 드라마, 느와르, 액션, 첩보물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재능을 펼치며 주목 받고 있는 젊은 감독 윤종빈의 첫 넷플릭스 드라마 연출작으로, 하정우와 황정민, 박해수 등이 주연을 맡았다. 넷플릭스 공개 이후 특정 국가를 비하한다는 논란을 겪기도 했으나, 국내를 비롯해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넷플릭스 시청 시간 상위권을 차지하며 작품적으로는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수리남은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 분량으로 어필할 수 있는 OTT 시장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장 개봉 영화의 상영시간은 2시간여가 일반적이며, 상영시간이 긴 대작의 경우에도 3시간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는 미니시리즈의 경우 16~20부가 기본이 되며, 일일, 주말연속은 반년 정도를 방영기간으로 잡는다.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는 전체적인 호흡부터 다른 장르다. 수리남의 경우는 회당 약 1시간의 분량으로 6회차로 구성된다. 넷플릭스용 드라마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회차 구성이지만, 기존의 국내 영화, 드라마의 공식과는 차이가 있다.

  

같은 6회로 구성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경우 사실 이보다 더 긴 스토리지만 한 스토리의 절반만 선공개된 개념에 가깝고, ‘D.P'의 경우는 회차별로 다른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수리남의 경우는 하나의 에피소드 스토리를 6회 분량으로 마무리지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드라마의 호흡으로는 너무 길고, 영화의 시간으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지점들을 약 6시간이라는 넉넉한 러닝타임으로 적절히 잡아낼 수 있었다.

 

특히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윤종빈 감독으로서는 드라마 호흡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볼거리 많은 첩보 액션 영화의 장점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었을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런 영화와 드라마의 장점을 적절히 결합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여러 회차가 한 번에 공개되는 OTT 시스템의 장점으로 인해 드라마적 시청 패턴을 선호하는 이는 회차별로 끊어서, 영화적 시청 패턴을 선호하는 이는 흐름의 끊김 없이 한 호흡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시청 형태의 커스터마이징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실화와 각색 사이에서 재미의 균형을 찾다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민간인이 겪었다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위험천만한 작전, 그리고 자신이 아는 여자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응해준 사람과 결혼했다는 등 주인공에 대한 독특한 성격과 설정 등은 실제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실제보다 약하게 다뤄졌다는 점. 반대로 악의 축 전요환이라는 인물로 등장한 한국계 마약왕은 실제 이미지나 영향력, 역량에 비해 강화돼 표현됐다.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의 큰 특징 중 하나인 강력한 캐릭터성은 전요환이라는 가상의 인물의 캐릭터를 극대화하고 그의 주변 인물들을 차별화된 개성이 부여된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로 그려냄으로써 이 작품에서도 돋보이는 강점으로 나타난다.

 

범죄, 첩보물인 만큼 이 드라마에는 많은 액션과 폭력 장면이 등장하고 살인도 등장한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법한 악인 전요한은 자신의 의지와 신념에 따라 최측근도 쉽게 의심하고 죽이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그저 한국에서 가게 몇 개를 운영해보고 단순한 홍어 사업을 위해 수리남에 찾아온 한 명의 민간인이 접근하고 끝내 체포 작전까지 성공적으로 이끄는 스토리는 흥미진진하다. 아무나 겪을 수 없는 일을 그야말로 아무개가 겪은 현대판 모험기라 할 수 있다.

 

살아있는 캐릭터성은 주인공 인구가 사건에 뛰어드는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한 작전에 일개 민간인이 굳이 참여해야하는 당위성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저돌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며 생계에 대한 집착으로 욕망 앞에 솔직한 인구의 캐릭터를 수리남으로 진입하기 전 일상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그런 상황을 납득시킨다. 특히 국정원의 지시에 그대로 따르기보다 현장에서 직접 판단하고 상황을 이끌어감으로써 지속적으로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한다. 말로는 돈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은연중 드러나는 친구 응수에 대한 애정은 어쩌면 그의 진짜 목적이 응수의 복수일지 모른다는 숨겨진 서사를 덧씌우며 인구라는 인물의 내면과 캐릭터성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여기에 수시로 등장하는 돌발상황은 살인과 폭력을 동반하며 상황에 대한 위기감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시청자들을 6회분 드라마를 보는 과정에서 쉽게 이탈할 수 없도록 만든다. 영화의 연속되는 긴장감과 드라마의 풍부함을 합리적으로 조율하며 말 그대로 딱 좋은 만큼의 분량과 볼거리로 짜여진 잘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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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1/14 [11:24]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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