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한창인 가운데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상조 공제조합이 마치 피해보상을 하지 않은 채 수익을 챙겨간다는 식의 억지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폐업한 상조업체 수는 총 66개, 그중 고객이 낸 선수금을 돌려주지 않은 업체가 63개(95.4%)로 미환급액 규모가 508억 1105만원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예치기관별 미환급액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상조공제조합(469억원)으로 전체의 92%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조업 현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사실 파악 보다는 단순히 입법 목적을 강조하기 위한 포퓰리즘에 기반한 허황되고 과장된 수치로 업계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언론매체까지 가세해 “상조업체 폐업해도 나몰라라…피해자 속출해도 이자는 챙겨”라는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확대 재생산되며 피해를 끼치고 있다.

강 의원은 상조업계 미환급액의 규모가 지속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선수금 관련 내용을 소비자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선수금 관련 통지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며, 공백 기간 동안 상조업계 간담회를 통해 분기 1회 대책 보고를 받아 개선한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물론 강 의원의 지적도 일리는 있다. 업계 역시 그간 소비자피해보상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또 보상금 신청기한을 넘겨 뒤늦게 신청한 사례, 연락처·주소 변경 등의 요인으로 폐업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 등이 존재해왔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이를 통해 당초 2년이었던 보상금 청구기한을 2018년부터 3년으로 연장햇고, 피해보상금을 수령하는 것과 더불어 소비자의 가입 목적에 부합하는 ‘현물 보상’ 시스템인 ‘내상조 그대로’를 동시에 구비하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피해 규모를 현저히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일련의 활동에 따른 보상활동 역시 ‘나몰라라’ 식의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2016년부터 적자상태를 보이고 있는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설립부터 2021년말까지 총 1860억원의 피해보상금을 지급했다. 홈페이지에는 올초 폐업한 한강라이프의 피해보상 안내가 계속되고 있고, 내상조 그대로를 보강한 내상조 그대로 PLUS에 대한 영상이 메인에 걸려있다.

상조보증공제조합 역시 2022년 9월 기준 16개 회사에 대한 463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고 수시로 현황을 업데이트함으로써 조합 역할과 신뢰 제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여기에 원활한 피해보상을 위한 공정위를 비롯한 지자체와의 협업, 자체 콜센터 확대 등 상조업체의 폐업 때마다 각 조합들은 분주해진다.

물론 강 의원의 지적대로 선수금을 통지하는 법적 근거는 없으나 이미 업계 자체적으로 고객 선수금이 잘 보관되고 있는지에 대해 공제조합은 조합사 회원들에게 상시적으로 안내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밖에 상품들의 경우 공정위가 마련한 ‘내상조 찾아줘’를 통해 조회가 가능하도록 이 또한 시스템이 마련돼있다.

결국 언론매체나 강 의원이 지적하는 소위 ‘피해보상’을 ‘나몰라라’ 했다는 근거라곤 보상기한을 넘겨 미처 신청하지 못한 ‘미환급액’이 존재한다는 사실 뿐이다. 다만 이는 소비자 주소 불명 등 각종 사유에 따른 불가항력이 존재하고, 제 아무리 잘 준비하더라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마녀사냥으로 보인다.

특히 문제되는 부분은 이런 미환급액으로 마치 조합이 고의적으로 피해보상 사실을 안내하지 않고, 일종의 장사를 하고 있다는 식의 그릇된 시각이다.

이와 관련 강 의원은 미환급액이 발생하는 동안 피해보상기관의 이자 수익을 현황을 공개하면서 ▲2018년 9447만원 ▲2019년 4억 5244만원 ▲2020년 6억 8756만원 ▲2021년 8억 4334만원 ▲2022년 8월말 기준 11억 5616만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막대한’ 수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자 수익을 산출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강 의원은 “상조 조합의 이자수익은 별도의 계정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아 확인이 어려웠고, 공정위도 이자수익에 대해 별도로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는 사실상 가상의 숫자로 이자 금액을 임의 계산한 결과로 비쳐진다.

또한 이자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미환급액’을 이용한 장사라고 몰아가는 것도 무리한 논리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공제조합의 경우 선수금 예치금외에도 공제료 수입, 담보금을 보유함으로써 운영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이자의 발생은 되레 자연스럽다. 이를 마치 조합이 폭리라도 취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가 어불성설인 셈이다. 특히 공제조합이 별다른 수익사업을 운영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가혹한 공격이라 볼 수 있으며, 그렇다고 공제조합이 결코 수익을 내고 있는 실정도 아니다.

일례로 한강라이프, 천궁실버라이프 등 최근 대규모 피해보상을 실시해 온 한국상조공제조합의 경우 지난 2016년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래 현재까지 줄곧 수십 억대 적자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적자의 원인이 방만경영 탓일까. 아니다. 상조업계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원사가 감소하고, 피해보상기관이라는 역할에 충실했던 결과일 뿐이다. 더군다나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이사장 급여까지 없애는 강수를 두며 조합 내실을 강화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바로 이런 성격 때문에 국정감사에서는 상조업계 구조조정으로 인해 조합 자체가 부실화될까를 더욱 우려해왔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각 공제조합에서는 업체의 담보비율을 높이고,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자생력을 키웠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공제조합이 피해보상은 제대로 하지 않고, 이자 수익을 낸다며 공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무분별한 공격의 이면엔 그저 한 국회의원의 ‘선수금 통지 의무의 법제화’라는 목적 지향만이 깔려있다. 입법 취지가 어떠하든 입법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자고 시장 전체의 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일까. 물론 폐업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은행예치사의 관리 문제나 각종 당면 이슈들에 대해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년간 현실에서 해결책을 고심하고 데이터를 쌓아온 상조업계의 노력과 이들의 의중은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자행되는 마녀사냥은 소비자 보호가 아닌 피해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선수금 통지와 관련해 다양한 업계 노력이 있어왔고, 이미 시행하는 부분도 존재하며, 법제화 역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마치 상조업계나 공정위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식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언론매체가 더욱 자극적으로 각색해 보도하면서 하루 아침에 모럴해저드 집단으로 비쳐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이어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려 했다면 진작에 하면 됐을 것인데, 여태 단 한번도 소통조차 없다가 국정감사가 도래하자 그릇된 주장으로 상조업계 이미지를 훼손하더니, 이제사 긴급 간담회를 갖자고 하는 것은 생색내기로 들린다”라며 “단편적인 부분만이 아닌 현실적인 업계 현황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한 진지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권이 노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