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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 존엄사 법안에 찬반 대립 격화
 
김성태 기자   기사입력  2022/08/01 [14:59]

 

-국민 80% 찬성하나 의사협회 등은 결사 반대

  

지난달 국회에 발의된 ‘조력 존엄사’ 법안을 두고 찬반이 갈리고 있다. 국민 70%가 찬성하는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우리나라의 인구 및 사회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지난 6월 15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에서 비롯됐다. 

 

안규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조력 존엄사 대상자 및 조력존엄사의 정의 신설 ▲조력 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대상자 결정을 신청하도록 하고, 이를 심의·결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를 둠 ▲조력 존엄사대상자로서 대상자 결정일부터 1개월이 경과하고, 대상자 본인이 담당의사 및 전문의 2인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한해 이행할 수 있도록 함 ▲조력 존엄사를 도운 담당의사에 대해서는 ‘형법’에 따른 자살방조죄의 적용을 배제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 발의와 함께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10명 중 8명이 조력 존엄사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7월 1일부터 4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2%가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의 찬성 비율이 86%로 가장 높았으며, 30대는 반대 의견이 26%로 타 연령층과 비교해 높았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25%),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가족 고통과 부담’(20%) 등의 순으로 꼽혔다. 반면, 입법화 반대에 대한 이유는 ‘생명 존중’(34%)이 가장 많았고, 이어 ‘악용과 남용의 위험’(27%), ‘자기 결정권 침해’(15%) 등으로 찬반 모두 논의점이 충분한 사유를 들었다.

 

안 의원은 “이런 여론조사에서도 80%가량의 성인들이 안락사에 찬성한다고 응답을 하는 등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종과정에 있지 않은 환자라고 하더라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본인의 의사로 자신의 삶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법안이 화제가 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안락사가 줄곧 불법이었다는 점이다. 해외의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도 안락사는 허용되지 않는 바, 법안 자체가 혁신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안 의원이 추진하는 조력 존엄사는 타인에 의해 안락사 여부를 결정 짓는 것이 아닌 환자 스스로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관련 쟁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의료계 “사회적 논의 없이 입법 시 부작용 속출” 

 

그러나 이러한 국민 찬성도와 달리 의료계에서는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8일 조력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부족한 시점에서 선행돼야 할 다른 사안들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입법을 반대했다. 의협은 “존엄사 및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매우 다양하며, 죽음에 대한 권리를 강조한 측면과 윤리를 강조한 측면에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 등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력 존엄사의 법제화가 이르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기존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임종기에 국한한 연명의료중단에 대한 결정은 자기결정권과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에서 고민하도록 하고, 동시에 어떤 경우에도 임종에 이르는 과정을 앞당기도록 시간을 단축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고 전하며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조력 존엄사는 생명을 앞당기는 행위로 연명의료결정 중단이나 호스피스완화의료와는 성격이 매우 다르고, 이 또한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만큼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를 확산시키고 만연시킨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다른 법률과의 상충 문제도 지적하고 나섰다.

 

의협에 따르면 이번 조력 존엄사 법안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과 상충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자살률 1위 국가인 실정으로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게 되면 국가가 자살에 대해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호스피스완화의료 확대 등 기존 법안 정비 선행돼야 

 

의협은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 조력 존엄사보다는 현실적인 논의사항이라 할 수 있는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확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 질환의 확대를 비롯,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우울증 등 정신의학적·심리사회적 지원을 위한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임종기 연명의료여부에 관한 논의를 좀 더 일찍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연명의료와 관련 질 높은 상담과 사회저변 확대가 필요하며, 인생 후반부에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의료인들의 경우 말기와 임종기를 달리 적용하면서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므로 지금까지 진행된 의료진 교육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조력 존엄사 법안에 따르면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가 조력 존엄사 대상을 심사해 결정한다고 명시돼있는데 해당 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 되고 고위공무원, 조력존엄사 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윤리 및 심리 분야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하도록 명시한다. 이 점 역시도 모호성을 들어 반대했다.

 

의협은 “우리나라에 조력 존엄사 관련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있을 지, 보건복지부 장관과 고위공무원이 조력존엄사 대상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리 및 심리분야 전문가도 위원이 될 수 있으나, 의사가 아닌 해당 전문가가 환자의 현재 상태를 평가하거나 판단할 근거나 자료가 없어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해당 위원회가 객관적인 평가 없이 합법적인 자살을 허용해 주는 잘못된 결정내릴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조력 존엄사 법 앞서 촘촘한 제도 뒷받침돼야 

 

의협에 이어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조력 존엄사 법의 제정 시 보다 촘촘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보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1일 '이슈와 논점' 1973호에서 이와 관련 쟁점과 과제를 제언했다.

 

이만우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조력 존엄사를 찬성하는 핵심 이유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죽음 선택권, 즉 ‘자기 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음을 강조했다. 조력 존엄사를 반대하는 핵심 이유가 사회·경제적 압력에 의해 죽음을 결정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있기 때문에 자기 결정권이 중요한 핵심이란 것이다.

 

즉, 현실에서 만연한 의료비 부담, 간병비 부담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죽음을 선택하는 이른바 ‘사회적 타살’ 가능성에 대한 부분을 짚은 것이다. 조력 존엄사가 그대로 합법화 될 경우 이를 악용한 사례들이 발생할 것이라 판단되는데, 조력 존엄사 법안을 제대로 제도화하려면 사전에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부터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이만우 입법조사관은 “제도 도입・시행의 요건과 절차 및 한계를 엄격하게 규율하여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면밀한 사전・사후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그 이전에 말기 환자 돌봄 서비스 제공을 체계화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력 존엄사 법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기존 의료법 등을 선행과제들을 먼저 검토한 후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입법하자는 것으로 모아진다. 다양한 쟁점들이 부딪히는 만큼 보다 신중을 기하자는 것이다.

 

의미있는 것은 이번 조력 존엄사 법안의 발의로 인해 그동안은 시도되지 않았던 협의들이 물꼬를 트고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법안이 등장할 정도로 웰다잉이 우리사회에도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조력 존엄사 법안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미지수이나 최근 불 붙기 시작한 죽음에 대한 건전한 성찰들이 긍정적인 웰다잉 문화 형성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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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8/01 [14:59]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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