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2021년 상반기 선불식 할부거래업자 주요정보를 공개했다. 75개사 업체의 총 선수금 규모는 6조 6649억원으로 전년 하반기 대비 7.3%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최근 3년간 가장 큰 성장 폭이다. 이에 상조매거진에서는 산업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견인하고 있는 상위 10개사의 상반기 정보(2021년 3월말)를 2020년말 감사보고서(재무현황)와 더불어서 상세 분석했다.<편집자 주>
상조업계 선수금 랭킹 6위에는 2021년 3월말 3310억원을 보유한 보람재향상조가 랭크됐다. 높은 순위는 유지하고 있으나 성장세는 둔화된 모습이다. 전년 동기 3221억원에서 올해에는 불과 2.75% 증가하는데 불과했고, 2019년 하반기 3132억원과 비교하면 현재까지 총 5.66% 늘어나는데 그쳤다.
보람재향상조의 경우 전신인 재향군인회상조회의 운영 당시부터 재향군인회 본회와의 매각 과정에서 마찰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라임 펀드 사태’에 연루된 인물들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에 매각돼 횡령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로부터 지난해 3월 바톤을 이어받은 보람상조에서는 우선 사명을 변경하고 횡령액 환수에 집중하는 등 정상화에 주력하는 한편, 기존 7할의 영업을 담당해 온 ‘신협’과의 재계약을 올해 다시 이끌어내며 영업력 확대에도 나섰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까지 아직 드러낼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선수금 증가폭은 미미했고, 매출액은 2018년말(165억원)부터 2020년말(132억원)까지 3년 연속 하락했다. 이와 함께 컨소시엄이 횡령했던 자금 일부인 198억원이 대손 처리되면서 당기손실도 2019년말 47억원에서 2020년말 201억원으로 급증했다.
컨소시엄의 전횡으로 큰 피해를 입은 보람재향상조는 앞으로의 상품 기획을 비롯한 영업 활성 등 정상화를 위해 과거 보람상조에서 마케팅총괄을 맡았던 장용훈 전무, 2010년 이전까지 보람상조개발 대표를 역임했던 문영남 대표 등 황금기를 함께한 OB들을 다시 요직에 앉혔다.
그러나 문영남 전 대표는 준비했던 아이템이 본사 의지와 맞지 않아 최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고, 장용훈 전무는 지난 5월 KT와의 통신결합상품을 출시하며 부흥을 노렸지만 이 역시도 판매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T의 경우 최근 과도한 영업행위로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는 등 언론매체에 오르내리며 뭇매를 맞기도 했고, 일찌감치 이들과 제휴를 맺어온 교원라이프에 비해 경험치 등이 부족했던 탓에 지난 6월 실적이 수십 여개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력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때 대부분의 실적을 도맡았던 신협도 현재 적극적으로 영업 일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신협 측은 애초에 전신인 재향군인회상조회의 주인이 바뀌는 것에 대해 줄곧 반대해왔던 입장이다. 때문에 신협 내부에서는 이러한 의사를 무시한 채 매각을 주도했던 이들에 대한 불신감이 깊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전과 달리 기존 신협 고객의 보호 외에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선수금에 이어 주요 정보를 살펴보면 2020년말 보람재향상조의 총 자산 규모는 2756억원으로 전년 2846억원 대비 89억원 감소했다. 총 부채 규모는 3347억원으로 전년 3234억원 대비 3.49% 증가했다.
선수금 보전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행에서 한국상조공제조합으로 예치기관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람재향상조는 예치기관의 변경으로 인해 발생한 보전금액의 차액인 약 1000억원을 정산받게 됐으며, 이에 그간 영업 면에서의 지지부진했던 성과를 자산운용으로 만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