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조업계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다사다난’했다. 해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빼놓은 적이 없는 듯 하지만 올해는 유독 거친 파고를 견뎌내는 중이다. 올해 상조업계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인 재난 앞에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는 비단 상조업계 뿐만이 아니다. 거리를 나서지 못한 국민들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유통업계는 물론, 국내 산업 전반이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여럿 기업들은 급여를 깎아야 했고, 오랜 동료를 내보내는 일이 빈번했다.

특히 지자체의 조치로 인해 모든 방문판매 형태의 영업이 금지돼 주력 영업활동 창구인 오프라인 조직의 기능을 상실했던 상조업계의 어려움도 컸다. 단, 희망적인 것은 상조산업은늘상 ‘다사다난’했던 가운데에서도 적응력을 높이고 스스로 견뎌낼 수 있을 만큼의 강건한 체력을 길러왔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상반기 발표에 따르면 총 선수금 규모가 5조 8838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5조 2664억원 대비 약 12%늘었다. 회원 수 역시 560만 명에서 636만 명으로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업체 수는 상반기 발표 당시 84곳에서 현재 77곳으로 감소하며 아직까지 구조조정이 진행 중에 있으나 피해보상 체계의 강화와와 더불어 양 공제조합의 성숙한 대응이 이어지며 별다른 소비자 피해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 각 업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른 언택트 상품 개발이나 가족장·2일장 수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등 위기 속 새롭게 등장한 소비 트렌드에 적응해나가며 난국을 헤쳐나가고 있다.

아울러 지속적인 재무개선을 통한 흑자업체의 수가 해마다 증가한 점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굳건히 버텨내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이와 더불어 연초에는 리딩 컴퍼니를 구심점으로 둔 사업자 단체가 출범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조산업의 사업 여건은 내년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상조산업의 혼란을 틈타 법망의 바깥에서 횡행하고 있는 후불제 의전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영세업체의 도산 때마다 상조산업 전반에 마녀사냥을 가하는 언론매체의 그릇된 저널리즘도 여전하다. 그로 인한 소비자의 오해, 정치권의 규제일변도 정책과 이를 부추기는 소비자 단체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아직 산적하다.

오늘날 상조산업은 본격적인 ‘산업화’의 기로에 있다. 올해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난국을 돌파해 온 저력과, 사업자 단체의 출범 시동을 통해 업계의 화합을 도모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낸 상조산업이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