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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신선한 소재로 운명과 권력을 이야기하는 액션 사극
 
이정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0/09/29 [10:38]

 

조선 인조 시대, 도망간 노비를 잡아와 생계를 유지하는 추노꾼 이대길. 대길은 동료인 왕손이, 최장군과 함께 팀을 이뤄 피도 눈물도 없는 국내 최고의 추노꾼으로 불린다. 대길이 추노꾼이 된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본래 양반이었던 대길은 종인 언년이와 사랑에 빠지고, 병자호란 당시 청의 병사들에게 언년이가 끌려가려는 것을 대길이 구해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들통나게 된다. 분노한 대길의 아버지는 언년이를 가두고 외부로 팔기로 하고, 언년이의 오빠인 큰놈이는 집에 불을 지르고 대길의 부모를 살해한 뒤 언년이를 데리고 집을 떠난다. 대길은 이후 언년이를 찾기 위해 양반가 도련님에서 추노꾼으로 변해 전국을 떠돌게 된 것이다. 대길의 집을 나온 큰놈이와 언년이는 양반으로 신분을 바꿔 새 삶을 살아가지만, 이제 김혜원이 된 언년이는 여전히 대길에 대한 죄책감과 애정을 지우지 못한다.

 

그러던 중 몇 년이 흘러 혜원은 혼인을 하게 되지만, 결국 대길을 잊지 못해 첫날밤 가출을 한다. 혜원의 새신랑이될 사람이었던 양반 최사과는 살수들을 시켜 언년이의 뒤를 쫓고, 큰놈이 역시 언년이를 찾고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집을 나온 언년이는 우연히 조선 최고의 무장이었지만 좌의정 이경식의 음모로 훈련원 노비로 전락한 송태하를 만나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소현세자와 막역한 사이였던 송태하는 소현세자의 아들인 이석견을 지키기 위해 훈련원을 탈출해 제주도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막기 위해 이경식은 사위이자 송태하의 옛동료였던 황철웅을 급파하는 한편, 직접 국내 최고의 추노꾼이라는 대길을 불러 송태하를 잡아오라는 의뢰를 한다. 오랫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며 떨어져 있던 대길과 혜원은 그렇게 다시 만나는 운명의 시간으로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2010년 방영한 KBS 드라마 추노의 줄거리다. 이 드라마는 화끈한 액션과 개성 있는 다양한 캐릭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화제를 모았던 퓨전 사극이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국내 퓨전 사극 중 하나로 불리며, 추노라는 제목과 극 중 직업이 하나의 유행어처럼 번지고, 여전히 예능 등에서 이 작품의 배경음악과 장면들이 패러디될 정도로 가히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추노라는 낯선 직업을 드라마의 중심 소재로 다뤘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오는 신선함, 그리고 양반과 노비라는 정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추노꾼, 그리고 추노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관계적 특성을 통해 이야기의 폭을 확장 시킨다.

 

 

운명의 역전으로 심화된 비극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두 가지 맥락을 갖고 진행된다. 한 가지는 권력층의 음모와 암투다. 좌의정 이경식은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음모와 술수를 아끼지 않는 인물이다. 청과 대립적 위치를 고수하며 전쟁 때 막대한 수익을 얻기 위해 물소뿔을 사 모으고, 청과 친한 소현세자와 그의 가족들을 끊임없이 죽이려 한다. 이이야기의 핵심 줄거리인 송태하의 도망, 그리고 대길과 황철웅의 추적은 이런 이경식의 행보에서 시작된다. 이경식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면서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보이지 않는다.

 

한편, 반대 세력에서는 마지막 남은 소현세자의 아들인 석견을 왕위에 옹립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반정을 통해 왕위에 등극한 인조는 청에 대한 적개심과 왕권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경식의 행위들을 용인하고, 이제 4살에 불과한 석견의 사면마저 거부한다.

 

또 한 가지 축은 노비, 천민들의 이야기다. 극 중 호랑이 사냥꾼 출신의 명포수 업복은 빚으로 인해 평민에서 노비로 전락한 인물로, 다른 노비들과 함께 그분이 이끄는 노비당의 일원이 되어 반란을 일으켜 신분제를 붕괴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이는 노비들의 반란을 명분으로 호적정리를 단행하려는 이경식의 음모로, 결국 많은 노비들이 희생되고 업복은 그들이 겪은 부조리의 역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바쳐 그들에 대항한다. 비단 이경식만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포졸인 오포교는 시장 상인들과 친분이 두텁지만, 추노꾼들의 수입을 강탈하는 것은 물론, 송태하의 탈출 이후 어떻게든 실적을 올리고자 상인들을 압박하고 고문하기까지 한다.

 

주인공인 이대길, 김혜원, 송태하 세 사람은 이러한 큰 줄기 안에서 전체 메시지를 관통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특정 사건으로 인해 신분이 역전됐다는 점이다. 대길은 양반가 자제에서 사회 하층민인 추노꾼으로, 김혜원은 노비에서 양반으로, 송태하는 국내 최고 무장에서 훈련원 노비로 신분이 바뀐다.

 

그렇게 두 개의 서로 다른 신분을 겪은 이들은 신분제의 근본적 문제를 누구보다 깊게 체감하며 좋은 세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훈련원 노비로 전락했음에도 본인의 본래 위치를 생각하며 반상의 법도를 운운하던 송태하마저 혜원과 대길을 만나면서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깨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석견을 왕위에 옹립하기로 하던 움직임이 실패로 끝나고 이제 석견을 데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시점에서 송태하는 석견의 안전이 보장되는 청으로 떠나는 대신 조선에 남을 것을 결심한다.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까지 좋은 세상의 정체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막연하게 좋은 세상을 위해 왕가의 적통을 왕위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추상적이나마 조금씩 그 모습을 그려나가기 시작한 듯한 모습이다.

 

이런 이야기의 얼개는 신분제 사회의 비극과 권력의 비정함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송태하, 이대길과 마지막 혈전을 치르고, 결국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송태하의 뒤를 좇는 것을 포기한 황철웅의 모습은 이 작품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대길에게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면서 입관 후에도 송태하의 그늘에서 콤플렉스를 겪으며 누구보다 높은 권력욕을 느꼈던 황철웅마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권력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그가 느끼는 허무한 깨달음. 그것이 이 드라마가 가진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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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29 [10:38]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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