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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삶의 끝자락에서 생각하는 꿈과 가족의 의미
웹툰 ‘나빌레라’
 
이정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0/08/31 [09:27]

 

 

일흔을 눈앞에 둔 노인 심덕출은 은퇴 후 고물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정을 위해 40년 동안 사진작가의 꿈을 숨긴 채 살아온 친구의 장례식장을 다녀온 후 자신이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꿈에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그의 꿈은 바로 발레리노. 결국 덕출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명 발레리노인 문경국의 발레단에 들어가 발레를 연습하기 시작한다.

 

고령의 노인이 발레를 하겠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던 문경국이었지만 발레단의 허드렛일을 자처하며 발레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덕출의 진심을 알고 결국 그에게 발레를 가르치기로 한다. 그는 만년 유망주인 20대 초반의 발레리노 이채록과 덕출을 파트너로 묶어 채록에게는 덕출에 대한 발레 교습을, 덕출에게는 채록이 성실히 연습하는지 감시하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시니컬한 성격의 채록은 처음에는 덕출을 가르쳐야하는 짐을 안은 데다가 감시까지 받게 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점차 서로를 알아가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덕출의 수첩을 엿보게 된 채록은 덕출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사소한 것까지 수첩에 메모를 하던 것임을 알게 된다.  

 

웹툰 나빌레라의 줄거리다. 최근 영화화된 해치지 않아를 비롯해 김수현 주연으로 화제를 모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작 웹툰 등 다수의 히트작을 낸 유명 웹툰작가 HUN이 기획, 글을 맡은 작품으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다음 웹툰에 연재됐으며, 2017년에는 위즈덤하우스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코믹이 주 장르였던 해치지 않아’, 독특한 성격의 액션 드라마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등 작가의 기존 흥행 웹툰들과는 다소 다른 톤의 가족 드라마다. 작가의 후기에 따르면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성공한 직후 처음 나빌레라를 기획했을 당시 따뜻한 가족물이 과연 국내 웹툰계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겠는가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다수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주변의 우려를 무릅쓰고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덕분인지 이 작품은 휴먼 드라마의 핵심인 진정성이 살아있는 명작 웹툰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진심이 담긴 꿈, 서로를 이해하고 융합되는 열쇠가 되다

 

이 작품은 한 명의 노인이 친구의 장례식을 계기로 삶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꿈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런 기본 뼈대는 꿈의 소중함과 꿈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완성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라는 장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모습을 함께 담는다. 즉 꿈이 개인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인간과 인간이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것이다.

 

덕출은 어릴적 아버지를 따라 잠시 러시아에서 살던 시절 발레의 매력에 빠졌던 그는 평생 마음 한 켠에 발레를 하고 싶다는 꿈을 품에 안은 채 살아왔다. 평생을 가장으로서 평범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사회의 시민으로서도 선량하고 모범적으로 살아온 그가 발레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충격을 받는다. 여기에는 고령의 노인이 도전하기에는 신체적으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걱정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발레를 여성들의 전유물로 느끼는 편견, 남성 노인이 발레를 하는 모습이 추해 보인다는 사회적 편견이 더 크게 작용한다.

 

가장 크게 반대하는 사람이 덕출의 장남 성산이라는 점은 이 부분을 크게 보여준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성실하고 착실한 삶을 살아온 그는 어느새 보수적인 중년으로 성장했고, 그런 사회적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방송 PD로 일하고 있는 차남 성관의 동료 PD가 아버지를 교양프로 소재로 희화화해 다루는 장면은 덕출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시선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준다. 성관은 가족 중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아온 인물로 아버지의 꿈을 가장 먼저 지지하지만, 특히 이런 사건을 겪고, 채록을 통해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음을 다른 가족들보다 먼저 알게 되면서 덕출이 발레리노의 길을 갈 수 있게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메인 주인공인 덕출뿐만 아니라 그의 파트너인 채록에게도 사정은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비롯해 여러 운동을 해왔지만 항상 정점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레리나였던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발레에 발을 딛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 후 아버지와도 소원해진 채록은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가 온전히 연습에 집중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좌절과 실패에 익숙하고, 따뜻한 가족을 경험해본지 너무도 오래인 채록은 늘 시니컬하고 아버지와는 계속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린다. 하지만 덕출을 만나고 진심으로 발레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점차 성장해가고, 작품의 말미에서는 아버지와도 진심을 털어놓고 한 걸음 가까워지게 된다.

 

작품이 끝을 향해갈수록 덕출의 치매는 심해지고, 급기야 큰 공연을 앞둔 전날 길을 잃고 아내를 제외한 가족들의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가 된다. 덕출과 아내는 발레단에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공연을 포기하려고 하지만, 채록은 가족도 못 알아보던 덕출이 자신을 알아보는 못습을 보면서 그를 반드시 공연에 세우기로 결심한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덕출과 함께 무대에 오른 채록은 끝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덕출과 채록의 가족들은 객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수많은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자신들의 진심을 담아 꿈을 향해 나아간 두 사람. 그들의 꿈은 그 자체로도 숭고하지만, 그들의 진심이 현실의 물리적 한계,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어쩌면 물리적 한계보다 어려울지 모르는 관계적 문제들을 해소하는 모습이 찡한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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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31 [09:27]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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