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는 따뜻한 난류를 따라 남북으로 이동하는 계절성 회유어로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 서식
하며 일본 서남부, 남중국해 등에도 분포 한다. 겨울에는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월동을 하고 이듬해 봄~여름이면 남해와 서남해로 진출한다. 주산지는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와 군산, 고흥 일대다. 여름이 되면 근해에서 짝짓기를 하고 산란하기 시작한다. 100만~200만개 가량의 알을 낳으며 암컷의 경우 3년생이 되어야 산란할 수 있다. 수명은 12~13년 정도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던 어류 중 하나인 민어는 지방에 따라 개우치, 홍치 또는 어스래기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동의보감에는 회어라 하였으며, 습유기에는 면어라 하고 속어로 민어라고 하였다. 난호어목지에서는 민어라 하였다.
민어는 주로 깊이가 15~100m 정도인 연안에 산다. 낮에는 바다 속 깊은 곳에 있다가 밤이 되면 물 위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바닥이 갯벌지역인 저층부에 서식하며 새우, 게, 두족류 등 무척추 동물 및 작은 어류를 먹고 산다. 다 자라면 몸길이 110cm 이상, 무게 20kg에 이른다.
50~60cm 미만은 ‘통치’라 부르며 현재 33cm 이하는 포획 금지다. 초여름에 잡히는 민어가 가장 맛이 좋다. 일반 생선들과 같이 매운탕을 끓이거나 소금에 절여서 굽고 튀겨서 먹기도 한다. 민어전도 맛이 있다. 매운맛을 살려 국을 끓이거나 갓 잡아 올린 민어는 회를 뜬다. 알도 조리하여 먹을 수 있고, 싱싱한 부레는 회로 먹거나 부레 속에 소를 채운 뒤 쪄서 순대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가공하여 약재로 이용되거나 천연 접착제 ‘어교’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민어의 산란기는 7~9월이다. 그래서 산란기를 앞둔 지금부터가 가장 영양이 많고 맛있을 제철이다. 제철 생선이란 의미는 산란을 앞두고 지방을 한껏 채운 생선을 말한다. 민어(民魚)라는 이름은 역설적이다. 옛날엔 많이 잡혀서 서민들도 즐겨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결코 고등어, 꽁치처럼 흔하게 상에 올릴 수 있는 어종이 아니다. 옛날 조선시대 양반들 사이에서는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개장국)이 삼품(三品)’이란 말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인천 앞바다 덕적도, 연평도에 민어파시가 열릴 정도였으니 이 무렵 한양 양반네들 밥상에 민어가 꽤나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산란을 앞두고 지방이 차고 살이 오른 민어가 복달임 음식이 된 것은 아마도 산란기와 복날이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름엔 생선을 회로 먹기보단 조리를 해야 하는데 그중 민어가 지방이 많고 비리지 않아 탕으로 제격이었던 셈이다. 정약전은 자신이 쓴 자산어보에서 민어에 대해 ‘큰 것은 길이가 4~5자이다. 몸은 약간 둥글며 빛깔은 황백색이고 등은 청흑색 이다. 비늘과 입이 크고 맛은 담담하면서도 달아서 날것으로 먹으나 익혀 먹으나 다 좋고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고 썼다. 이처럼 민어는 온 국민이 즐겨 찾는 복달임 음식의 대명사였으나 언제 부터인가 그 가격이 치솟아 쉽게 접할 수 없는 생선이 되어 버렸다.
1970년대 중반까지 민어는 장바구니 물가를 조사할 때 빠지지 않았던 품목 가운데 하나로 어물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선이었다. 1969년 5월 17일자 동아일보 '여름 물가 소비자 노트' 기사를 보면, 당시 조기·장어·문어·삼치·병어 등은 한 관(4~6kg 정도)에 1500원(현재 3만7500원)이었고, 도미나 민어는 한 관에 1800원(4만5000원)이었다. 남자 고급남방샤쓰가 2000원(5만원), 여자용 양산은 민어 한 관 값과 같은 1800원(4만5000원)이었다. 참고로 CPI 소비자 물가지수에 따르면 1969년에 비해 2018년 물가가 25배 가량 올랐다.
2020년 7월 중순, 7~8kg 이상 나가는 민어 시세는 1kg당 9만원 정도 이다. 물론 어획량에 따라 시세 등락이 매일 달라진다. 보통 8kg 짜리 민어라면 최저가가 70만원쯤 한다. '백성의 물고기'라는 민어가 금값이 된 까닭은 무분별한 남획 때문이다. 어업 기술이 발달하면서 민어 어획량이 증가하다가 1970년대 정점을 찍고 급락하면서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생선 가게에서 보기도 힘든 생선이 됐다.
민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선이다. 뼈는 끓이면 끓일수록 짙고 깊고 풍미 그윽한 곰국이 된다. 여기에 넉넉한 살점을 넣어 끊인 민어탕은 과연 진미이다. 민어회는 참치처럼 부위 마다 그 맛과 식감이 모두 다르다. 특히 기름진 졸깃한 뱃살은 가장 맛있는 부위로 손꼽는다. 민어 부레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기름장을 찍어 먹으면 그 맛 또한 천하일미 이다. 어디 이뿐인가 민어 껍질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먹는데 젤리 같은 식감이 혀를 즐겁게 한다.
해풍과 일광에 적당히 마른 민어구이의 감칠맛도 빼놓을 수 없다. 말린 민어는 구우면 구운 대로 찌면 찐 대로 바닷내음과 함께 달큰함이 배가된다. 큼직하게 포 뜬 민어 살을 달걀물을 입혀지진 민어전은 또 다른 민어의 매력이다. 여기에 커다란 민어 알은 탕으로 먹어도 좋지만 알젓과 어란으로 만들어 오래두고 먹을 수 있다. 역시 여름 바다의 귀족 민어는 보양음식의 존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