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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전 세계 장례 형태도 바꿔
미국, 온라인장례·이탈리아, 장례식 없이 매장
 
신범수 기자   기사입력  2020/04/02 [00:04]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장례를 치르는가 하면,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을 제한해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화장을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사회적 거리 두기, 장례식도 스트리밍 중계로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보건당국에서는 사랑하는 이와 작별하는 참배 행태에도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장례식을 온라인 스트리밍 생중계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미 국립 장례감독자연맹, 전국의 영안센터들과 화상 회의를 갖고 장례식에는 아주 작은 소수의 인원만 참석하고 다른 모든 이들에게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장례식을 포함한 각종 행사에서 10명 이상 모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CDC는 이런 주문을 하는 이유가 코로나19 때문이거나 합병증으로 숨진 시신으로부터 추모객들이 바이러스를 옮을 위험이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어떤 과학적 입증도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증상 감염자로 인한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이라고 뜻을 명확히 했다.

 

CDC의 감염 전문가인 데이비드 베렌데스 박사는 장례 일정을 생각하고 있다면 가능한 참석자 숫자를 줄이고 스트리밍 동영상 중계, 아니면 일가족만 참여하는 행사를 선택해달라고 주문했다.

 

 

 

진작 CDC50명 이상 모이는 일을 하지 말도록 권고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명 이상은 모이지 않도록 하자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특히나 장례식은 추모객 가운데 많은 이들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70세 이상 고령층이어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와 CDC의 지침에 따라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 시라큐스의 지역매체인 시라큐스닷컴은 지난 316지난 주말 한 장례식장에서 예식을 진행하기로 한 목사가 이동 제한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웹캠으로 예식을 생중계해 장례식장의 유족이 대형스크린으로 이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미국이 첫 나라도 아니다. 영국 노스 요크셔주의 한 장례 감독자는 전에도 온라인 동영상 중계를 했으며 평소 같으면 받던 62파운드의 수수료를 면제해줬다고 밝혔다. 아일랜드에서도 추모객들은 시신에 입을 맞추던 관습을 하지 말도록 안내를 받았다. 아일랜드 장례 감독자연맹은 한발 나아가 모든 장례 예배를 취소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커다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장례식을 열지 못하게 막고, 간단한 축복 행사만 치르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탈리아, 결혼식·장례식까지 금지전 국민 외출제한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피해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하자 정부가 사실상 전 국민 외출금지령에 준하는 조처를 내놨다. 지난 222일 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가장 심각한 북부 11개 지역에 대한 주민 이동제한령을 내린 데 이어 전국 각급 학교 폐쇄(34), 밀라노·베네치아를 비롯한 북부 이동제한령 확대(38) 등 강도 높은 조처를 잇따라 도입했음에도 바이러스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상상도하기 어려웠던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오는 43일까지는 모든 대중 집회는 물론 개인적 모임도 금지된다. 심지어 이 기간 결혼식과 장례식도 허락되지 않는다. 또한 이탈리아 전역에 산재한 성당의 경우 개방은 하지만 신자들이 참석하는 미사 등의 가톨릭 예식은 일절 금지된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크레모나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을 거둔 알프레도 비시올리(83)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손녀 마르타 만프레디는 할아버지는 장례식도 치르지 않고, 사랑하는 이들도 없이 사제의 축복 후 바로 매장됐다고 말했다. 비시올리의 가족은 코로나19로 자가 격리 중이었기에 임종 순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것이다.

 

크레모나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베르가모시에서는 영안실이 꽉 찼고 화장장도 하루 24시간 가동되고 있어 간단한 축복 행사를 치를 시간조차 없다고 장례업 관계자들은 전했다. 밀라노 동쪽, 인구 110만 명의 부유한 도시 베르가모는 이 나라에서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에서만 지난 316일 기준 확진자가 344명 늘어 총 3760명이 됐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넴브로라는 시내 한 마을에서만 최근 12일 간 70명이 숨졌다. 병원은 한계에 도달했고 타 지역 군의관들까지 파견을 왔다. 주민들은 베르가모를 밤길에 구급차와 운구차만 다니는 유령도시로 묘사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고인을 뉘인 관은 베르가모 지역 병원 두 곳의 영안실을 가득 채웠다. 관의 행렬은 공동묘지 시신 안치소마저 꽉 채우고, 교회 묘지 앞에 긴 줄을 만들며 늘어서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현재 사실상 전국민이 가택 연금 상태다. 그래서 사망자 대부분은 가족이 임종하지 못한 채 병원이나 집에서 격리 중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가장 절망적인 점은 베르가모 주민들이 가족의 장례를 조문객 없이 오롯이 스스로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집회 제한으로 전통적인 장례식은 현재 불법이다. 감염 후 격리된 상태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은 그야말로 가족도, 친구도 없는 장례를 치러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원 영안실이 넘쳐날 지경이다. 감염 확산을 우려한 베르가모시장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지역 묘지 폐쇄 조례를 시행하면서, 장례를 치르지 못한 수십개의 관들이 베르가모 소재 교회를 비롯한 묘지 내 교회 등에 말 그대로 쌓이고있다.

 

한 사제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이 관들은 어디에 놓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면서 매일 수백 명이 죽는데 1구를 화장하는 데 1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발생하는 속도가 사체를 화장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정부의 엄격한 이동제한 조처 등으로 가족과의 마지막 이별 순간에 충분히 슬퍼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뒤따라오는영구차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걸어 잠근 묘지 입구에서 남의 손에 가족의 관을 맡기고, 사제가 간단한 추도 기도를 하는 게 전부다. 화장을 하려고 해도 순서가 밀려 있어 언제 차례가 올지 모른다. 워낙 사망자가 많다 보니, 베르가모시 초뇨의 한 성당에선 고인의 명복을 비는 조종을 하루에 한 차례만 몰아서 치기로 결정했다.

 

 

 

신문 부고란만 10페이지가족 없는 장례식

매장·화장 대기명단만 있어

 

베르가모 지역에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한 지역신문에는 평소 3~4배에 달하는 부고란이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지역 신문 에코디 베르가모는 평소 많아야 3개 면을 발행하던 부고를 지난 31410개 면으로 늘렸다.

 

이 지역신문에는 이탈리아 화장터는 24시간 운영되고 있다관들이 영안실을 가득 채웠고, 그다음에는 묘지 영안실을 채웠다. 이제는 묘지 내부에 줄지어 보관돼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자가 격리 조치 때문에 상당수의 장례식에는 장의업체 직원들만 참석한 채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 편집자는 부고면을 전사 통지 게시판에 비유했다. 이 신문에서는 지역 장례업계도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자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음과 지역 주민인 A씨가 자신의 가족이 지난 311일 세상을 떠나자 장례지도사를 불렀지만, 업체에선 시신을 안치할 공간이 없다며 관과 촛불, 십자가와 시신용 냉장고를 집으로 배달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에는 한 페이지가 더 늘어나 11면이 됐다. 그다음 날과 또 그다음 날 역시 10면에 사망자 150여명의 이름이 실렸다. 전직 정치인, 전기 기술자, 비상 전화운영자, 목사 등도 있었다. 이 신문의 부고면을 담당하는 편집자는 마치 전쟁 소식지 같다. 화학무기가 폭발한 듯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고인들의 짧은 부고에는 사인이 적혀있지 않았으나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고 편집자는 말했다. 이들 중 90%가 코로나19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에코 디 베르가모 편집국장은 안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는 독자들이 더 힘들어할까봐 부고란을 신문 맨 뒤쪽에 넣으려 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달하기 위해 중간에 실었다고 말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남부에서는 곳곳에서 장례식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들의 싸움이 일고 있다. 시칠리아의 한 도시에서는 지난주 당국의 제재를 어기고 발인 행렬을 진행한 48명이 현장에서 잡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장례식에 참여한 이들에 3개월의 징역형을 내리겠다고 엄포한 바 있다.

 

이탈리아 전통 장례식에서는 600~1000명에 이르는 조문객이 유족을 찾는다. 한 신부는 이탈리아의 장례식은 인류학의 일부이다시칠리아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매우 강렬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장례식은 삶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인데 이를 금지하고, 처벌을 내리는 것이 과연 옳은행동인가라고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당수 이탈리아 여론은 이들의 행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정부 한 관계자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이성적 판단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다위기 속에서 방황하는 것보단 슬기롭게 대처해 극복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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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02 [00:04]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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