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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간 퇴비화 장묘 시작, 새로운 장례문화 대안 되나
친환경과 인간 존엄성 사이서 갈등 점화
 
신범수 기자   기사입력  2020/03/18 [11:47]

 

 

인간 퇴비화장례 서비스가 내년 2월부터 미국 워싱턴주에서 시행된다. 미국의 한 상조회사에서 개발한 장묘방식인 인간 퇴비 장례는 시신을 땅에 묻을 수 있는 퇴비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준비된 시신은 나뭇조각, 알팔파, 짚 등과 함께 밀폐된 용기에 넣어져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회전하는 과정을 거쳐 30일 후 퇴비로 변한다. 이를 전달받은 유족은 나무 밑 등 원하는 곳에 묻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크게 훼손한다는 종교계의 반발이 있고,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상조회사 리컴포즈(Recompose)는 과학적으로 가장 자연친화적인 장례방식은 인간 퇴비화라고 지난 216일 밝히고, 곧 서비스에 들어간다고 BBC에서 발표했다. 리컴포즈 측은 사망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선행 연구한 결과, 시신의 모든 조직은 30일 이내 완전히 분해됐다고 전했다. 시신 퇴비화 절차는 먼저 시신을 나뭇조각이나 짚 등과 함께 밀폐 용기에 넣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이후 미생물이 분해될 수 있도록 천천히 회전한다. 30일 후 유족들은 잔해물을 받아 수목 아래 묻을 수 있다.

 

카트리나 스페이드 리컴포즈 설립자 겸 대표는 지금까지 15000여명이 인간 퇴비 장례 서비스에 관심을 표했다기후변화의 시급성과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 덕분에 인간 퇴비 장례 프로젝트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 퇴비 장례를 시작하게 된 이유로 내가 평생토록 날지켜주고 보듬어준 지구에서 죽게 된다면, 내가 가진 것을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든 과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연구는 4년간 진행됐다. 이를 위해 스페이드는 저명한 토양학자인 린 카펜더 보그스 워싱턴주립대 교수에게 이 연구를 의뢰했다. 워싱턴주에서는 오래전부터 합법적으로 죽은 가축을 퇴비로 만들어 사용해 왔다. 이를 인간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개선하고 만들어진 퇴비가 환경적으로 안전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카펜더 보그스 교수의 임무였다.

 

이 연구에서 카펜터 보그스 교수는 시신이 퇴비화 되는 과정에서 온도가 일정 기간 55까지 도달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런 높은 온도 덕분에 시신 안에 있던 질병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유기체나 의약품들이 파괴됐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따라서 퇴비장은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도 가능하지만, 전염성이 높은 괴질의 일종인 에볼라 바이러스나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으로 사망한 사람 등은 퇴비장 서비스에서 제외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컴포즈는 2020년 말부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처리 과정이 합법인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누구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신체의 자연적 유기분해를 허용하는 관련 법안은 현재 콜로라도주에서도 입법이 진행 중이다. 스페이드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이런 장례 문화가 자리 잡는 건 시간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친환경·비용 절감 등 장점 많아종교계, “인간 존엄성 훼손반발

 

미국에선 시신의 방부 처리가 땅을 오염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남북전쟁 당시 전사한 군인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시작된 방부 처리가 미국의 장례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땅에 남은 방부 약품 탓에 미국의 공동묘지 주변 토양이 황폐해질 뿐 아니라 각종 유해 박테리아, 심지어 발암 물질까지 검출되기도 한다. 따라서 퇴비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퇴비장의 장점은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며 대도시의 토지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 등이 있다. 리컴포즈 관계자는 관과 묘지가 필요하지 않고 화학물질이 생성되지 않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라며 매장과 화장으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이 온전히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페이드가 주장하는 자연적 유기 분해의 효과는 이러하다. 만일 시신을 퇴비화 하면, 화장할 때 대기로 방출되는 탄소를 1.4톤이나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시신 운송부터 관 제작 등 전통적인 장례 방식에 들어가는 비용도 훨씬 절감 할 수 있다.하지만 종교계를 중심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란 반발도 만만치 않다.

 

천주교계는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는 편지를 주 상원에 보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천주교계 한 관계자는 죽은 인간도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한다시신을 일부러 썩게 해 거름으로 쓴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정제된 절차를 통해 실시한다지만 너무 괴기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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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18 [11:47]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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