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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드라마 ‘보좌관’,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정의를 묻다
 
이정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0/02/26 [09:31]

 

 

여당인 대한당의 원내대표이자 4선 국회의원인 송희섭. 그의 보좌관인 장태준은 국회 내에서도 인정받는 실력파 베테랑이다. 경찰대 수석 졸업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타고 경찰 생활을 시작했지만 시위 현장에서 힘없는 사람들을 향한 폭력으로 돌변하는 공권력의 실체를 보며 세상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정치계로 발을 디뎠다. 성진시에 지역구를 둔 무소속 이성민 의원과 한 의원실에서 같이 일하던 선후배 사이였지만, 결과는 물론 과정까지 정의로워야한다는 이성민과 달리 세상을 제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일단 힘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당 실세인 송희섭 의원 측으로 이적하며 사이가 멀어졌다.

 

송희섭에게 능력을 인정받으며 그의 지역구를 이어받는 것을 목표로 한 장태준은 송희섭의 희망대로 결국 그를 법무부장관 자리에 올리는데 성공하지만, 오히려 그의 뛰어난 능력 때문에 송희섭의 눈 밖에 나게 된다. 이에 장태준은 송희섭과 대립 관계에 서게 되고 반격을 시도하지만, 보좌관으로서 역부족을 느끼게 된다. 특히 송희섭 배후의 삼일회 일원인 주진화학과 대립하던 이성민이 이들과의 갈등 끝에 과거 장태준이 저지른 잘못을 빌미로 음모에 빠지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결국 장태준은 송희섭 앞에 무릎을 꿇고 공석이 된 성진시 보궐선거 공천을 받게 된다. 그렇게 국회의원이 된 장태준은 연인이자 그 역시 삼일회의 영일그룹, 주진화학을 노리다 아끼던 보좌관을 잃은 강선영과 힘을 합쳐 송희섭, 삼일회와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한다.

 

2019JTBC에서 방영되어 화제를 모은 또 하나의 웰메이드 정치 드라마 보좌관의 줄거리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본격 정치 드라마이자, 특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그 뒤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보좌관들을 극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며 기존 작품들과는 차별화되는 재미를 선사한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출연진들 대부분이 뛰어난 연기로 극의 재미와 리얼리티를 끌어올린 가운데 10년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이정재가 주인공을 맡아 그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마음껏 뽐냈으며, 그 동안 인기와 인지도에 비해 흥행 성적이나 연기력 면에서는 다소 아쉬웠던 신민아 또한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많은 호평을 얻었다.

 

이 드라마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방식인 시즌제로 선보인 작품으로, 2019년 상반기에 최고의 보좌관인 장태준이 여러 갈등과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시즌 1, 하반기에는 국회의원이 된 이후 송희섭과 본격적인 싸움을 하며 끝내 그와 삼일회를 몰락시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시즌 2가 방송됐다. 시즌 2 말미에 그 동안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난 장태준에게 청와대가 러브콜을 보내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면서 시즌 3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의를 위해 악의 손을 빌린 남자

 

이 드라마는 뚜렷한 정의와 불의의 대립관계를 갖고 있다. 정의의 편에는 주인공 장태준을 필두로 강선영 의원, 이성민 의원, 그리고 그들의 의원실 사람들이, 그 반대편에는 송희섭과 영일그룹을 중심으로 한 삼일회, 그리고 그들과 연관된 여야당 의원들이 서 있다. 이들은 끊임없는 수 싸움으로 서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상황을 역전시키며 극을 이끌어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선과 악의 세력들이 사용하는 방법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 법망을 교묘히 이용하고, 언론플레이를 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누가 정의로운 방법으로 정정당당하게 이기느냐보다 누가 더 똑똑하고 빠르게 움직이며 상대의 전략을 무력화시키고 목적을 달성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때로는 악의 세력에서 폭력과 협박, 심지어 살인까지 동원하며 선을 넘기도 하지만, 선의 세력이라고 해도 이 정도 선을 넘지는 않을 뿐 누군가의 약점을 빌미로 압박하거나 불법적인 경로로 정보를 취득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모두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도덕적 약점을 갖고 있고, 여론이 생명인 정치계의 특성상 이는 정치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등장인물들 사이에 정의와 불의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며 수시로 손을 잡고, 또 갈아탄다.

 

 

그런 점에서 장태준의 정신적 지주, 이성민 의원의 존재와 죽음은 드라마에서 매우 큰 역할을 차지한다. 이 드라마에는 이성민, 그리고 강선영의 보좌관인 고석만 두 사람의 죽음이 등장한다. 이들의 죽음은 주인공인 장태준과 강선영이 분노하고 각성하는 계기이기도 하지만, 특히 이성민의 죽음은 드라마의 메시지와 지향하는 방향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선의 세력에서도 이성민은 가장 순수한 정의를 추구한다. 결과의 정의도 중요하지만, 과정의 정의 또한 중요하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삼일회, 또는 송희섭의 음모로 의심되는 지역 의원사무실 간판 낙하 사고 때도 뒤에 숨은 음모를 밝히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사고 피해자를 돌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후보 시절 캠프에서 일했던 장태준이 선거를 진행하기 위해 불법 자금을 수수한 것을 빌미로 여론의 비난과 검찰 수사를 마주하게 되자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성민에게 힘이 있어야 진짜 정의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던 장태준은 이를 계기로 흑화하며 송희섭과 삼일회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 더욱 독하게 싸운다. 그러나 결국 싸움을 끝낸 후에는 자신이 그 동안 저지른 잘못과 의혹을 인정하며 그토록 열망하던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이성민, 그리고 자신의 정의가 더렵혀지는 것을 막는다.

 

진흙탕 싸움은 대부분 개인의 이익을 둘러싼 싸움의 모습을 가진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 배경에 인간과 인간, 그리고 각자의 진심을 그려냄으로써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히려 과정의 정의와 결과의 정의,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굵직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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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26 [09:31]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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