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ㆍ장묘 > 징례 일반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반려동물 화장장 언제까지 반대만 해야 하나…건립 두고 ‘진통’
동물장묘 문화 개선 위한 법·행정적 지원 필요
 
신범수 기자   기사입력  2019/06/14 [08:56]


반려동물 가구가 점차 증가하고 의식이 변화함에 따라 키우는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장례를 치른 뒤 화장하는 수가 증가하고 있고, 관련 시설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장묘시설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설치에 어려움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가 변화함에 따라 인식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는 여론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반려인’은 약 1481만명으로 집계됐다. 1500만 인구에게 반려동물은 ‘또 하나의 가족’이다. 하지만 새 가족을 ‘요람에서 무덤까지’책임지는 일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펫 산업의 관심이 사육 과정의 흥밋거리에 치중돼 있어 죽음을 다루는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에 따르면 동물의 사체 매장은 불법이다. 동네 앞 산에 강아지를 묻던 익숙한 풍경은 엄밀히 말해 법을 어기는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2017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국민의식조사 결과, 반려인의 24%가 반려동물 사후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을 묻었다가 불법인 걸 알고 파묘(破墓)하면서 다시 장례 절차를 고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한다. 반려동물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게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지만 실제 반려인 중에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엄밀히 말하면 반려동물 개체 수에 비해 매장 가능한 토지 면적이 부족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장례 관련 법률이나 인식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가운데 ‘펫 로스’관련 산업이 블루오션처럼 여겨지면서 무허가 업체들이 양산되고 있다. 매장을 알선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몰래 단체 화장을 하거나 이동식 장례차를 운행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 김동현 팀장은 “최근 들어 무허가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위법성 질의도 늘었다”고 말한다.

 

김 팀장에 따르면 트럭이나 승합차에 버너를 갖추고 간이 화장터를 운영하는 ‘이동식 장례차’의 경우 동물보호법에 위반된다. 법에 규정된 장묘 업체 영업장 범위에 차량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들은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정보와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불법적인 장례 방식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미국은 1896년 첫 반려동물 묘지가 만들어졌고, 2017년 기준 전문 장례 시설만 600곳을 넘어섰다. 프랑스는 저가의 공공 장례 시설과 고가의 사설 장례 시설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3월 현재 전국 33곳의 사설 장례업체가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시설의 확충도 그에 맞게 갖춰져야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설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 첫 동물 화장장 건립 두고 주민반대 난항

대구 서구청, 동물화장장 개발허가 부결

 

광주에 처음 추진되는 동물 장묘시설 건립을 두고 지역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 반려동물 수가 늘고 있지만 광주·전남 지역엔 화장·장례·납골을 함께 하는 장묘시설이 단 한 곳도 없어 무분별한 동물 사체 처리 등 각종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에 동물 장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불법투기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10일 광주 광산구 등에 따르면, 지역 모 장례업체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광산구 송학동에 추진 중인 동물 장묘시설 건립이 주민들과 갈등으로 답보 상태다.

 

송학동 일대 주민들은 동물 화장터 건립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려 집회와 서명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주민들은 동물 장묘시설 예정부지가 마을 10곳과 가까워 각종 환경오염과 이미지 훼손 등으로 생활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민 관계자는 “동물 화장터는 혐오 시설이다”며 ‘13개 부락 주민 1000여 명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해선 안 되고, 건립이 무산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말했다. 광산구는 지난해 10월 말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고 장례 업체에 ▲주민 동의 ▲진출입 구간 차로 확보 ▲내진 설계 등을 보완하라며 건축 허가를 보류했다. 최근 장례업체가 건축재심의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체와 주민 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늘어나는 반려인구에 비해 동물 장묘시설이 부족해 사회적 갈등 반복, 불법 투기 등 각종 부작용도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역에 동물 장묘시설 설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동물 복지 차원에서 인식 개선에 주력하겠다”며 “반려동물의 사후 관리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정책적 검토를 벌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동물 화장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18년 11월에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동물복지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제주도의 동물복지 5개년 계획에는 동물 화장장 건립이 포함돼 있지만 아직까지 동물 화장장 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대구에서도 관련 시설이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있는 상태다.

대구 서구는 지난 4월 5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회의를 열고 동물장묘시설 신축에 따른 개발행위허가를 최종 부결하기로 결정했다.

 

서구청 도시계획위원회는 “진입도로 폭 4m 확보에 대한 사업자의 교통 관련 보완 자료가 불충분하고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장묘시설이 학교로부터 300m이내에 위치하고 있어 적정하지 않다”며 부결 사유를 들었다.

 

지난달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에 따라 동물화장장은 학교 시설로부터 3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동물 화장장의 건축허가 신청도 불가처분으로 날 전망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개발행위 허가를 하려 해도 입지 적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조만간 건축허가 신청도 불가처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구 상리동 동물장묘시설 신축을 놓고 환경오염을 주장하며 반대하는 주민들과 허가권자인 대구 서구청, 민간 사업자간 갈등을 빚어왔다. 사업주인 A씨는 상리동 1924㎡터에 연면적 637㎡, 2층짜리 건물로 동물 화장시설, 전용 장례식장, 납골시설을 짓겠다며 2017년 3월 대구 서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구청이 이를 반려하자 A씨는 건축허가신청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해 8월 16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사업주가 위원회 심의 결과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다시 다툼의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 민간 사업자 A씨는 이번 개발행위허가 불허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다시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장례협회, “화장시설 관련 기준 높아 환경오염 없어”

무허가 업체 난립 시 관리 사각지대 우려

 

위에 살펴본 것처럼 주민반대로 인해 반려동물 장묘시설은 설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시설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수요가 증가한 만큼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련시설을 확충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시설의 수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불법투기나 무허가 업체의 난립에 따른 위생문제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장묘업체가 없을 경우 다른 시·도의 장묘업체를 찾거나 사체를 생활·의료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장례비용에 부담을 느끼거나 관련 규정을 모르는 일부 시민들이 죽은 동물을 불법 투기하면서 환경오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각 지자체에선 월 평균 반려동물 사체 5~10마리가 버려진 채로 발견되고 있고,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동물장묘업체에서 처리되는 동물 사체는 5.8%~6.2% 수준에 불과하다. 또 반려동물의 장례 수요가 늘면서 화장을 대행하는 무허가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물장묘업체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불법 영업을 하는 업체가 30여 곳 이상이다”며 “무허가 업체는 죽은 동물 여러 마리를 한 번에 화장하면서 비위생적으로 사체를 처리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검사도 받지않아 각종 질병을 옮길 수 있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법 행위가 이어질 수 있어 동물 사체를 위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책 마련과 무허가 업체, 불법 투기에 대한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물 장묘업계는 화장장이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말한다. 동물 화장장의 경우 반려동물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지역민의 편의시설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동물장례협회 관계자는 “환경부 등 관련 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동물 화장장에서는 냄새나 분진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골도 고객들이 가져가기 때문에 주변 오염 우려도 없다”며 “오히려 화장장이 크게 부족한 이유로 화장장을 이용하지 않고 야산에 불법 매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경이 더 오염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동물 장묘업계에서는 전북 임실군 등이 동물 장묘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견학을 추진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해 긍정적 사고를 이끈 사례처럼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외 화장시설·도심 장례식장 설치 연계 검토, 반려동물 대상 확대 뒤 규제 개선 등 동물 보호와 반려인의 정서 안정 등을 함께 만족시킬 법·행정적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6/14 [08:56]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