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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기 작가의 사진이 있는 이야기] 200여년 만에 공개되는 비밀의 정원 성락원을 아시나요
 
한남기 동국대학교 평교원 교수   기사입력  2019/05/14 [08:52]

 

검은색 벽돌담으로 가려져 있던 성락원의 높다란 회색빛 철재 대문이 열리고 200여 년 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잠자고 있던 비밀의 정원 성락원이 지난 4월23일 일반인에 공개 되었다. 이번에 6월 11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성락원은 조선 철종(1849~1863)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이다. 정식 개방은 내년 가을쯤에 가능할 것 같다. 이곳은 조선의 마지막 황제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이 35년간 별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의친왕 이강(1877~1955)은 고종의 아들 가운데 가장 독립 의지가 강했던 인물로 이곳을 일제 때 독립운동의 근거지로도 이용 했다고 알려져 있다. ‘성락원(城樂苑)’은 말 그대로 ‘한양도성 밖에서 자연의 풍광을 즐기는 정원’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성락원은 전남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부용동과 함께 한국 3대 전통 정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 규모는 1만 4404㎡(4360평)로 별궁과 정원이 있으며 북한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두 갈래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쌍류동천(雙流洞川)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울창한 수목이 숲을 이루고 두 곳의 연못과 너럭바위, 전각 등을 용두가산(龍頭假山)이 감싸 안고 있다. 정원 외원인 앞뜰과 내원인 안뜰 사이에는 200∼300년 되는 엄나무를 비롯하여 느티나무,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다래나무, 말채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안뜰과 성락원 바깥을 자연스레 구분해 주고 있다. 안뜰에는 일명 ‘영벽지’라는 제법 커다란 연못과 소담스런 폭포도 있다. 이 연못은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바위에는 선인들이 남긴 한시들이 음각되어 있었고 추사 김정희가 새겨놓은 ‘고드름이 매달려 있는 집’을 의미하는 ‘장빙가(檣氷家)’란 글씨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연못을 지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돌계단을 오르면 북한산 계곡물이 시원스레 흐르는 소리와 장엄한 풍광이 방문객을 반겨준다. 정원 뒤뜰에는 1953년에 지어진 정자 ‘송석정’이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송석정은 풍류의 끝을 보여준다. 연못가(송석지)에 기둥을 세워 경복궁의 경회루처럼 물을 느끼게 했고 창문을 열면 바로 다가서는 북한산 자락과 계곡 물, 산새 소리는 도시의 고단함을 잊게 한다. 정자에 오르면 송석정의 아름다운 전경이 멀리 남산 타워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옛 사람들이 산과 계곡에 둘러싸인 이곳을 찾아 풍류를 즐겼듯이 사람의 마음은 매 한가지 인가 보다. 지금 성락원 주위는 고급 주택과 빌라가 즐비한 동네가 되었다.

 

▲ 추사 김정희의 글씨 장빙가     © 상조매거진

 

성락원은 1992년 사적 제378호로, 2008년에는 명승 제35호로 지정됐다. 문화재로 지정된 뒤에는 복원 사업을 거치며 성락원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다. 의친왕의 별궁 모습은 사라졌고 별장의 모든 건물은 해방 뒤에 지어졌다. 복원 사업에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7억원이 투입됐고 복원 작업은 70%가량 이뤄졌다. 성락원은 서울에 남아있는 한국 전통정원의 가치를 알린다는 이유로 복원 사업이 끝나기 전에 미리 일반 시민에게 임시 개방됐다. 1970~80년대 서울 개발 과정에서 도심의 많은 한국의 전통 정원들이 아쉽게도 사라졌다.

 

성락원을 제일 먼저 사들인 첫 주인은 이조판서 심상응의 5대손인 고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이었다. 그는 1950년 4월 성락원을 매입해 보존해왔다. ‘성락원’이라는 이름도 심 회장이 그 당시 직접 지었다. 그 뒤 심 회장의 며느리가 관장으로 있는 한국가구박물관이 성락원을 관리해왔다. 한국가구박물관도 명성이 자자한 곳으로 성락원에서 길상사를 거쳐 걸어서 20여 분 거리에 있다. 이곳은 성북동 북악산 자락 높은 곳에 있어 조망도 빼어나며 정미숙 관장이 1960년부터 수집해 온 우리나라 전통 목가구 2000여 점과 함께 유기, 옹기 등이 전시돼 있다. 2500여 평의 부지에 열 채의 한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박물관은 2010년 11월 G20 정상 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영부인들이 이곳에서 오찬을 했다고 한다. 그 후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고 CNN은 '서울 최고의 박물관'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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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4 [08:52]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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