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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행동은 없고 말만 남은 정책과제, 여론 아닌 소비자 생각해야
 
박대훈 발행인   기사입력  2019/06/03 [12:39]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내상조 그대로’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내상조 그대로’는 6개 상조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상조 업체의 폐업으로 피해를 입게 된 소비자들에게 기존에 가입한 상품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받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현물보상 서비스다. 이에 앞서 한국상조공제조합은 2016년 ‘안심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으며, 상조보증공제조합 역시 ‘장례이행보증제’라는 이름으로 대안 서비스를 내놓았다. 공정위와 양 공제조합의 대안 서비스 제도는 선수금의 50% 수준인 기존의 소비자 피해 보상 정책을 보완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힘으로써 상조업계 소비자 권익 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에 공정위는 이들 대안 서비스가 각기 다른 이름으로 운영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없애고 보다 체계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올해 ‘내상조 그대로’라는 이름으로 3개 서비스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상조 소비자의 피해 예방과 신뢰도 제고를 위해 공정위에서 발표한 중점 추진 과제들 중에서도 우선시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3개 서비스 통합에 커다란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공정위에서 통합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지 3개월가량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지적을 하기엔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으로만보면 벌써부터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질까 우려가 앞선다.

 

최근 공정위와 양 공제조합이 대안서비스 통합을 위한 논의를 가졌지만 뚜렷한 소득은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통합이 아닌 일종의 ‘상조 포털 사이트’를 구상하는 공정위는 우선 양 조합이 ‘잘 협의할’ 것을 주문했다. 문제는 공제조합의 경우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통해 언제든 협의할 수 있는 여건이 돼있지만 은행예치 업체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제조합과 공정위만의 협의만으로는 내상조 그대로의 통합 작업은 지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에서는 양 공제조합으로 짐을 다소 떠넘긴 모양새다. 관련 홈페이지 구축을 완료하는 대로 6월 중 공개하겠다는 것이 현 공정위의 목표라고 알려졌지만,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지난 3월 발표된 공정위의 상조업 중점 추진 과제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이 중 대안 서비스 통합 외에는 현실적으로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정책뿐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제조합 담보금 상향이다. 본지에서도 수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공제조합은 조합사들의 출자금으로 초기 재원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담보금을 일정 비율 배려하며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대형 업체들은 상조 관련 자산 수준이 높아 구상권 청구를 통해 대응할 수 있고, 작은 업체들은 현재 조합이 보유한 담보금만으로도 해결 가능한 수준이다.

 

담보금 상향 정책은 사실상 소비자 피해 예방에도, 보상 강화와도 관련이 없다. 공정위는 설상가상 공정위의 개선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조합 설립 인가 취소까지 고려하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로 인한 업체와 소비자들의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또한 공정위가 이러한 공제조합의 역할과 시스템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동안 공제조합 담보금 수준에 대한 지적이 주로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되고 언론 보도를 통해 회자되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공정위의 발표는 여론 눈치 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장 소비자를 걱정해야할 공정위지만, 그 시선이 소비자에 있는지 여론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일이다. 그럴싸한 탁상공론으로 말만 내세우고, 행동이 필요한 실효성 있는 정책에는 뒷짐만 져서는 업계에도,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도 신뢰를 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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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03 [12:39]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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