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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고객의 눈물, 그들의 먹잇감이 되다
 
박대훈 발행인   기사입력  2019/05/03 [09:21]

 

지난 3월 중견 상조업체 천궁실버라이프가 폐업했다. 2003년 설립된 이후 선수금 규모가 68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던 천궁실버라이프는 최근 영업 부진을 겪으며 지난해 사옥을 매각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됐다. 결국 수개월 동안 각종 미지급금이 약 40억원 규모로 불어나며 공제규정 위반으로 공제계약이 해지되고 최종 부도를 맞았다.

 

청궁실버라이프의 소비자 피해 보상기관인 한국상조공제조합에서 부담해야 하는 피해 보상금 규모만 약 350억원이상, 피해를 입은 소비자 수는 수만 명으로 추산된다. 또 한 번 비교적 큰 규모의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업계에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할부거래법 개정으로 자본금 기준이 상향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영세업체들의 줄도산을 우려했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기준을 충족하며 혼란을 최소화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중견 업체에서 문제가 터졌다. 물론 천궁실버라이프의 폐업은 표면적으로 보자면 자본금 규정 상한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이후 업계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이 이전부터 자본금 기준 상한 이후 우려했던 것과 매우 유사하게 펼쳐지고 있다. 피해 소비자들을 노리는 비양심적 영업 행태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본지에서는 편법적인 후불식 의전업체들이 영세 업체 도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들은 단순히 저가 상품을 후불식으로 제공하는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것이 공정거래위원회나 양 공제조합의 안심서비스와 유사한 것처럼 소비자들을 호도하고 있어 더욱 우려가 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아예 천궁실버라이프 피해자들을 타깃으로 이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마치 자신들도 피해자인양 활동하며 자사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행태까지도 관측되고 있다. 한 번 업체의 부도로 상처입은 피해자들이 이들의 저가형 부실 상품에 가입하게 됨으로써 2차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천궁실버라이프의 경영진이었던 인사가 새로 회사를 차려 이전 회원들을 다시 이관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단순히 한 임원의 개인적인 사업이 아니라, 천궁실버라이프 전신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얼마 전 마약 전과가 있는 한 힙합 가수가 대중의 비난에 대해 ‘마약 전과자는 굶어 죽으란 말이냐’라고 대응해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마약 전과자라고 해서 굶어 죽어서는 안 되지만 대중적 관심의 대상인 연예인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에 재직 했던 회사가 폐업했다고 해서 반드시 관련 업종을 떠날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다시 영업 대상으로 보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 그 동안 회사를 믿었던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과 책임에 관계된 부분이다.

 

사실 후불식 의전업체나 천궁실버라이프 출신 인사의 상조영업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미 한 번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상처를 영업의 호기로 바라보는 시각은 도의적으로 비탄 받아 마땅하다. 가뜩이나 세간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더 높은 도덕성과 이미지 제고 노력이 필요한 업계 특성상 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이미 예견된 부분이었음에도 법적, 행정적으로 제재하거나 이를 예방할만한 조치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부분 또한 아쉽다. 업계와 공정위가 야심차게 마련한 안심 서비스가 도용되고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 그리고 피해자들이 다시 일부 비양심적인 사업자들의 영업 대상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지켜만 봐야 하는 현실이다. 앞으로라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말란 법은 없다. 하루빨리 편법적인 후불식 의전업체에 대한 제재와 피해 유발 기업의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관심과 적극적인 조치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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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03 [09:21]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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