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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엽 칼럼 /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혼인사실 숨겼다면 위자료 지급해야
전상엽 변호사 기사입력  2018/09/19 [10:14]

 

작년부터 미투 운동이 발단이 되어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해 법조계에서도 매우 활발한 논의가 있다. 그 대부분이 형사책임(강간,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간 및 강제추행)에 관한 것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강제적으로 침해했는지가 논의에 대상이다. 일례로 안희정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관계가 문제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업무상 위력에 의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에 관한 것으로 당사자들의 동의에 의한 성관계일 경우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바가 없어 형사책임을 받지 아니할 것이다.(1심에서 안희정 전 지사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형사적 책임을 질만큼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는 가해자의 강제성 또는 대가관계(업무상 위계)를 요구하는데, 이러한 강제성 또는 대가관계가 없이 상황이나 동기를 속여 성관계를 갖는 경우에 어느 정도 사안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전 형법에는 혼인빙자간음죄라고 하여 혼인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혼인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속여 성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 처벌하는 규정이 있었으나, 이는 형법상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이 나서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형사상 처벌을 받지는 아니하나 신분이나 상황 등을 거짓으로 고지하거나 숨기는 경우에 상대방이 이를 믿은 것에 기인함으로 인해 성관계를 맺었다면 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위자료, 즉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매우 애매하다.

 

특히, 많은 경우 성관계를 맺기 위해 자신의 상황을 약간 과장한다던지 숨기기 때문에 어느 사안까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예컨대, 혼인을 한 일방 당사자가 불륜을 저지른 경우, 이는 형사상 처벌 대상은 아니나 혼인에 따른 정조의무가 있어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의 대상이 됨은 명확하다. 이에 혼인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를 맺은 남자에게 위자료 배상책임이 있다고 설시한 최근 지방법원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혼여성에게 기혼 여부는 고제 여부 결정에 중요사항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유부남인 갑과 혼인을 하지 않은 을은 쪽지 등을 주고 받다 만나 성관계를 가졌고, 이후 골프여행 등을 다니면서 연인관계를 지속하였다. 그러다 갑이 일방적으로 을에게 결별을 통지하였다. 갑은 을과 만남 초기에 을이 혼인을 하였는지에 관해 질문하자 혼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답하였고, 을은 나중에서야 갑이 유부남이고 자녀까지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에 을은 갑을 상대로 위자료로 3000만원을 청구하였다.

 

위 사건의 판결에서 법원은 ‘미혼여성에게 상대방의 기혼 여부는 교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갑이 이를 속여 을과 성관계를 맺은 것은 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시했다.

 

다만 위자료는 300만원으로 판시하였다. 즉, 형사상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와 민사상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달리 보아 성관계를 맺음에 있어 중요한 사항을 기망하였다면 민사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에 해당하여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위 사안에서는 갑과 을이 자기의 의사대로 성관계를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이 유부남임에도 이를 속인 점, 을이 미혼자인 점 등을 고려하면 유부남임을 속여 성관계를 맺은 것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라고 본 것이다.

 

위 판결은 1심 판결인 지방법원 판결로서 상급 법원에서는 달리 판단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결국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만큼의 중요한 사항이 무엇인지에 관해 점 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판례가 그 기준을 정해주어야 할 것이다. 다만, 위자료 금액에 대해서는 불륜의 경우에도 그 액수가 고액이 아닌 점, 교제기간이 2개월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보인다.

기사입력: 2018/09/19 [10:14]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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