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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불명 소비자에 공시송달, 실제로 해보니 “계약해제 하려다 도산할 판”
1건당 최하 15000원, 지역 멀수록 비용 상승…등기우편의 수십 배 달해
김성태 기자 기사입력  2018/09/12 [09:06]

 

공정위는 지난 1월, 상조계약을 임의로 해제한 후 선수금 보전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파악되는 업체들을 다수 적발했다. 이어 공정위는 해당 조사 결과를 토대로 ■ 계약 해제 이전부터 선수금 보전의무를 위반한 경우 ■계약 해제 이전까지는 선수금 보전의무를 이행했으나 적법한 절차 없이 계약을 해제한 이후 선수금 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 계약 해제 이전까지 선수금 보전의무를 이행하였고 계약해제도 적법하지만 해약환급금 지급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치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임의 해제’와 관련한 할부거래법 조항을 살펴보면, 소비자가 대금을 납입하지 않아 상조업체가 계약을 해제하려는 경우, 계약 해제 이전에 소비자에게 대금 지급의무를 이행 최고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 26조). 따라서 계약 해제 이전에 최고 절차를 적법하게 이행하지 않았다면 계약 해제가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때 계약 해제를 이유로 선수금 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업체는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현행법 상 임의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먼저 14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소비자에게 이행할 것을 서면으로 최고해야한다. 다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소비자의 경우에는 등기우편을 발송해 이를 이행해왔으며,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적법한 절차로서 사실상 용인돼 왔다. 그 밖에도 일간지 공고 등의 방식으로 충분히 계약 해제 사실을 사전에 전달해온 상황이다.

 

물론,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계약을 임의로 해제한 후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오히려 시장의 투명성을 위해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정위가 지금까지 상조업체에서 이행해온 최고절차를 무시하고, 별안간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소비자에 대해서 법원을 통해 알리는 ‘공시송달’ 제도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으며, 이를 갑작스레 이행하라고 주문했다는데 있다.

 

 

갑작스러운 공시송달 주문에 업계 패닉

법원 등기소 “이런 종류의 송달 업무 본적 없어”…당혹감 표시

 

할부거래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선불식 할부계약을 해제한 경우 소비자에 대해 “법 제26조 후단에 따라 이행최고를 등기로 발송한 내용 및 소비자에 대한 해약환급금의 송금내용과 해약환급금이 없는 경우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해약환급금의 산정방법을 문서로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소재불명 소비자에 대해 공시송달 제도를 이용하라는 내용은 할부거래법을 비롯해 표준약관, 소비자보호지침 등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공시송달은 당사자의 주소 또는 근무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나 외국 거주 등을 이유로 송달촉탁을 할 수 없거나, 하더라도 효력이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판절차나 행정절차의 처리를 위해 활용 되는 일이 일반적으로 상조업계 업무와는 관련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어떤 상조업체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 역시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조사 이후 ‘계약해제의 적법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한다고 밝히면서 “공시송달이 할부거래법에는 정해져있지 않지만 민법에는 있는 내용으로, 기존의 등기우편 발송 시 소비자가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최고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설상가상으로 계약의 임의 해지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과거의 해지 건에 대해서도 점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물론 공정위의 주문이 대단히 부당한 것은 아니다. 단지, 무리가 된다. 특히 갑작스러운 조치와 소급적용은 대형업체에게든 중소업체에게든 대단히 ‘큰’무리다.

 

실제로 공정위의 조치 이후 공시송달을 진행하기 위해 등기소를 찾았던 A상조업체 대표는 지나치게 비싼 비용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비용을 확인해보니, 피고수x송달료 n회분으로 계산되고 있는데, 인지료를 합해 최소한 건당 15000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등기소로부터 주소지가 멀수록 송달 비용이 증가했는데, 가령 2시간 떨어진 지역에 비용을 확인해보니 인지료를 포함 3만 4500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그보다 먼 3시간 이상 떨어진 지역은 6만원이 넘었다.

 

A상조 대표이사는 “선수금이 1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업체인데도 이런 임의 해지 건수가 분기별로 250건은 나오고 있다”며 “이 비용만 하더라도 등기비용에 비해 수십 배에 달하는 수 백만원 규모인데, 이것이 분기마다 필요하다. 영세업체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규모로 계약해제하려다가 도산할 판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임의 해지가 필요한 소비자에게 해제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해약환급금이 있는 경우 해당 금액만 돌려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가만히 두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업체들 사이에서 공시송달을 두고 논란이 되는 이유는 공제조합사의 경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상구좌를 추려내지 않으면 신용평가에서 감점 요인이 되는 탓이다. 때문에, 업체로서는 하는 수 없이 임의 해지를 완료해야 하는데 공시송달 비용이 만만찮아 이를 방치할 경우, 담보비율이 증가하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선 상황이다.

 

대형 업체의 경우 임의 해지 대상 소비자만 월 수 천 건에 달하는 곳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정위의 업계 현실을 외면한 막무가내식 요구에 있다. 실제 법원 등기소 직원 또한 “이런 종류의 무소송 송달은 해본 적이 없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이런 반응은 상조업체 대부분의 심경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법을 지키려는 업체들이 말 그대로 법을 지킬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 해 보인다.

기사입력: 2018/09/12 [09:06]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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