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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상조산업 발전 저해하는 ‘후불제 의전’
홍보관 사기·저가 행사·병원장례식장 강매 횡포…업계 덩달아 피해
김성태 기자 기사입력  2018/09/05 [09:04]

    

상조시장은 현재 가입자 500만 시대 열었지만 극심한 성장통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 할부거래법에 따라 내년 1월까지 15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해야하는데, 경기 악화와 규제 강화로 인해 중소업체의 경영난이 계속되는 탓이다. 때문에 오늘날 상조시장은 상위권 업체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상위권 대형업체의 선전으로 갖은 악재 속에서도 성장을 계속해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조산업의 이미지는 좀처럼 나아질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폐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주된 원인으로 꼽을 수도 있지만 피해보상 시스템이 더욱 보완되고 있고, 공정위 역시 소비자들이 안전한 회사를 고를 수 있도록 일종의 가이드를 안내하고 있어 그리 큰 악재라고 볼 순 없다. 오히려 상조산업을 좀 먹는 진짜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후불제 의전업체다.

 

후불제 의전은 과거 상조업을 운영하다가 법적인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설립한 경우, 일반 병원장례식장 및 전문 장례식장, 그 밖에 의전 전문 업체 등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은 모두 선불식 할부거래 시장 즉, 기존의 상조업체를 부정하는 마케팅을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없는 사실을 날조하거나 또 터무니 없이 낮은 행사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결국 저급 행사를 치러주면서 산업의 서비스 질을 낮추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후불제 의전업체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사실 후불제 의전업체 중 다수는 과거 상조사업자였던 경우도 적지 않고, 지금도 상조업체의 행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곳이 많다. 그만큼 장례 서비스로는 잔뼈가 굵은 베테랑 집단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을 과도하게 비방하는 막무가내식 마케팅과 지나친 저가 경쟁으로 소비자를 기망한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여기에 할부거래법 규제를 벗어나 운영되는 탓에 정부부처의 감시나 감독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현재 대다수 후불제 의전업체들은 인터넷이나 장례 행사를 통해 모객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주소만 하더라도 수십 곳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많은 후불제 의전업체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상조시장에 존재하는 영세·부실업체의 폐업 사례를 들먹이며, 미리 돈을 낼 필요 없는 후불제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고 상조상품의 해약을 종용하

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즉, 선불이 아닌 후불로 인해 먹튀의 위협이 없다는 것인데 먹튀의 위협은 선불식이든, 후불식이든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는 문제다.

 

또한 이들은 상조업체와 달리 영업수당과 관리비를 주지 않기 때문에 가격거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행사 견적을 받아보면 대략적으로 200~300만원 사이, 심지어는 130만원 대의 파격적인 의전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행사를 치러보면 지나치게 저렴한 장례용품을 사용해 사실상 억지로 ‘저가’에 맞춘 듯한 인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자 그대로 저렴한 용품들을 저렴한 값에 판매할 뿐이지, 특별히 상조상품을 대체할 만큼의 메리트가 있는 수준의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저가 구성 상품은 물론 상품의 다양성에 있어서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수십 곳의 후불제 업체들이 모두 기존 상조상품을 부당하다고 몰아세우면서 지나치게 저가의 상품만 고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상·장례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될 것이 자명하다.

 

반면, 혹자들은 상조회사의 의전상품이 오히려 불필요한 구성이 많고, 그 때문에 비용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품 패키지의 가격 구성이 저가형부터 고급형으로 충분히 다변화돼 있으며 필요 없는 용품은 제외할 수 있도록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된 상품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상당부분 개선된 상황이다. 그렇다고 후불제 의전상품이 실제로 견적 그대로 저렴한 것도 아니다.

 

각 지역 장례식장과의 협약 하에 자사상품과 제휴 장례식장 이용 시 각종 할인혜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 후불제 의전업체의 이면에는 유족들의 무지를 틈 탄 바가지 상행위도 동시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바가지 행태는 마찬가지로 후불의전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병원장례식장들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후불제 의전업체의 경우 바가지 보다는 판매 방식에 있어서 문제가 크다. 대부분 인터넷이나 장례행사를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있지만 암암리에 홍보관 영업으로 노년층을 속여 고가의 수의를 가입비 대신 받는 등 막대한 이익을 편취하는 집단도 존재한다.

 

유명한 경제이론 중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악화(소재가 나쁜 화폐)와 양화(예컨대, 금화)가 동일한 액면 가치를 갖고 함께 유통될 경우 악화만이 그 명목가치로 유통되고, 양화는 소재가치 때문에 사람들이 가지고 내놓지 않아 유통되지 않고 사라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최근에는 해석을 조금 비틀어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는 뜻으로 자주 사용된다. 결국 좋은 것이 나쁜 것에 외면당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조산업도 마찬가지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질 나쁜 의전상품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의 자리를 대체하려 들고 있다. 문제는 악화를 악화인지조차 모르면서 소비할 수밖에 없는 유족들의 처지다.

 

 

병원장례식장 횡포 심각…물품 강매는 기본, 상조회원 뺏어가기도 심각

 

이러한 유족들의 피해가 극심한 사례는 의전상품을 판매하는 곳 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다고 알려진 병원장례식장이다. 지난 6월 본지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서울지역 여러 곳의 병원장례식장에서 물품 강매는 물론이고, 상조상품에 가입돼 있는 회원까지 자신들이 빼돌리는 일명 ‘작업’이라는 행위도 심심찮게 드러났다.

 

이와 더불어,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작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애초에 상조회사의 진입을 가로막고 자신들의 행사 상품만 판매하는 장례식장도 있었다. 이들의 수법은 여느 후불제 의전과 마찬가지로 200만원 대의 저가 상품으로 상조상품 가입자에게 회유를 시도하는 식이다. 그런 다음 대부분 관과 초도용품을 비롯해 꽃 제단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는데, 이에 대해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장례식장 용품들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권하는 것이지, 강요는 없다”고 해명했으며 다른 장례식장 또한 비슷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상조회사 관계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애초에 진입도 허락하지 않는 곳이 있는데, 이런 장례식장에 들어가서 행사를 치르려면 장례식장의 용품을 무조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부분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조회사 출입을 시켜주겠으니 결국 우리 물건도 팔아줘서 수익을 나누자는 얘기고, 여기서 응하지 않으면 막무가내로 쫓겨나는 식인데, 이렇게 단순히 금전적 이득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의 영업방식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유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상조업체 관계자는 “일반적인 후불제 의전업체도 선불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횡포는 장례식장에서 가장 많이 경험한다”며 “부천과 성남, 고양 3곳의 경우 특히 회원 뺏어가기와 같은 작업이 심한데, 앰뷸런스에서 이동하면서 작업이 들어가니, 속수무책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렇게 저렴하게 행사 치른다고 데려가선 처음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과적으론 상조회사 보다 비싸고, 서비스는 떨어지는,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호소했다.

 

이에 지난 6월 20일에는 장례식장, 화장장 등 장사시설에서 이용자에게 거래명세서 발급을 의무화하도록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으며, 장사시설 운영자가 이용자에 사용료와 용품 등의 단가와 수량이 포함된 거래명세서를 반드시 발급하도록 했다.

 

또,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1차 150만원, 2차 200만원, 3차 이상은 250만원의 과태료와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사법 개정은 이제 막 시행된 상황으로 앞으로 바가지 요금 관행을 없애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나타낼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거래명세서의 발급 의무화가 바가지 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만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데 있다. 거래명세서 발급을 의무적으로 시행한들 판매한 의전 상품 패키지를 벗어난 물건을 강매하는 행위를 근절할 수 없을뿐더러, 실제 물건이 저렴하더라도 소비자 가격이 비싸게 책정돼있는 경우도 많아 소비자는 그저 영수증을 받아볼 수 있을 뿐,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장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러한 물품 가격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경우도 극히 적다고 볼 수 있어 실질적인 피해 예방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병원장례식장의 횡포는 결과적으로는 장례 산업뿐만 아니라 상조산업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은 상조와 장례식장을 분리해서 고려하지 않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장과 상조 간의 알력다툼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이런 경쟁 관계는 많이 해소됐다고는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 결코 올바른 공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 사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상조와 장례식장을 ‘그 나물에 그 밥’으로 한데 묶여 결과적으로는 공생은커녕, 공멸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홍보관 영업, 노년층 피해 심각…너도 나도 ‘상조’자칭, 업계에 악영향

 

병원장례식장 횡포와 더불어 노년층을 상대로 한 홍보관 상술도 상조산업이미지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사실 상조업체들도 과거 극장식 영업으로 대표되는 홍보관 영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았다. 지금도 일부 업체에서는 크루즈 여행상품 홍보를 목적으로 한 이러한 영업이 종종 자행되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극소수 업체를 제외하면 지금은 거의 떴다방 업체들에서 자행되고 있다.

 

지난 7월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 현황을 살펴보면 여러 기만상술 유형 가운데에서도 최면(홍보관) 상술이 전체 803건 중 242건으로(30.1%)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홍보관 상술로 판매되는 서비스는 이동전화에 이어 상조서비스가 높게 나타났으며, 그 밖에 결혼준비대행서비스, 투자자문, 인터넷교육서비스 등이 있었다. 피해 연령대는 주로 60세 이상으로 집계됐으며, 주요 피해 사례로는 알뜰폰 사기와 저가 수의를 고가에 판매, 그 밖에도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판매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후불제 의전의 ‘상조’오용, 업계 공동의 대응 필요

 

이러한 후불제 의전업체 또는 떴다방 판매는 직접적으로는 상조업체와 무관해보이지만 대중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선불식(정상 상조업체)이든, 후불식이든 관계없이 모두 ‘상조’라는 단어를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는 탓이다. 이러한 용어 혼란 현상에 대해서는 업계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내년 자본금 상향에 따른 상조업계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되면 영세·부실 업체의 폐업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후불제 의전업체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작금의 상조시장이 겪고 있는 구조조정의 성장통은 물론 큰 시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안정적인 성장과 시장 질서를 위한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결코 지금의 위기가 흠이 아니라는 얘기다. 상조시장을 좀 먹는 진짜 주범은 따로 있다. 시장의 바깥에서 법망을 벗어나 야금야금 상조산업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는 후불제 의전이다.

기사입력: 2018/09/05 [09:04]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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