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제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상설위원회 구성이 완료됐다. 그리고 다음 달인 10월에는 국회 연간 주요 일정 중 하나인 국정감사가 열린다.

국정감사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의 업무를 감사하는 중요한 업무다. 특히 정부의 주요 정책뿐만 아니라 각종 비리 의혹, 실제 세간의 주요 이슈들과 맞물린 정부의 대응 방향 등에 대한 폭넓은 질의와 추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현안들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년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상조업계는 불안한 마음이다. 매번 업계와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분석조차 되지 않은 국회의원들의 근거 없는 흠집잡기와 탁상공론식의 무책임한 문제 제기에 상처만 남은 기억 때문이다.

업계가 느끼는 불안감의 정체는 비단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호도에 대한 서운함만은 아니다.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던진 말 한 마디, 그들이 배포한 보도 자료와 관련 기사 하나 하나가 업계의 이미지와 직결되고, 이는 곧 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제도권 편입 전부터 쌓여 있던 업계에 대한 불신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에서 나오는 말 한 마디는 업계 성장은 물론, 당장의 영업 실적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당장 지난해만 보더라도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공제조합의 보상율이 낮다고 지적하면서도 영업 손실과 이사장 보수를 연결해 문제 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지적을 내놨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업체들이 줄도산 하면서 보상 규모가 커진 배경은 무시하고 단순 수치만으로 방만 경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가 하면, 피해보상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등기 안내장 발송, 장례 서비스 대행 등 적극적으로 피해 소비자들을 구제하고자 진행해온 활동은 아예 무시해버렸다.

그 이전 해인 2016년에는 이미 업계에서도 수차례 해명했던 재무 건전성 문제를 들고 나와 무리한 주장을 펼쳤던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의 사례나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이 과거 데이터를 가져와 조합의 피해보상 실적이 낮다고 주장한 경우도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일단 이번 원 구성에서도 민병두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게 됐으며, 상조업 관련 논란의 주장을 펼쳤던 제윤경, 지상욱 의원도 여전히 해당 상임위로 배정됐다.

여기다 자본금 기준 상향으로 인한 내년의 대혼란이 예상되고 있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시가 대대적인 상조업체 조사를 진행한 만큼 예년에 비해 실제 불리하게 다뤄질 현안도 대두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터무니없는 문제 제기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업계의 공식적인 항의나 해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논리도, 시장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는 무분별한 때리기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다 보니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오히려 의미 없는 논란만 늘어나고 있다. 업계의 구심점이 될 대표 사업자 단체가 부재하는 한 언제까지고 끊을 수 없는 고리다.

상조업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논의는 분명 필요하다. 국회와 정부의 관심은 그것이 설령 따가운 시선일지라도 업계는 받아들일 의지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국민에 대한 관심과 걱정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실적을 위한 희생양 찾기에 불과하다면 이는 국민의 대표로의 자격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다. 업계의 문제를 지적하려면 적어도 비판에 앞서 제도와 시장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한다. 그것이 업계와 국민에 대한 예의다. 제발 올해 국정감사에서 만큼은 업계가 불합리한 오해와 핍박의 대상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