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개발과 함께 어렸을 적 정겨운 추억이 담겨있는 골목길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골목길 촬영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역사를 기록하는 또 다른 장르라고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골목은 가슴 깊이 숨겨 놓았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법과 같은 묘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어릴 적 뛰놀던 동네를 지나치게 되면 한번쯤은 그 골목길을 둘러보게 된다. 구슬치기, 술래잡기 하며 높다란 담벼락에 낙서하던 추억이 깃든 옛 동심의 골목을 찾게 되면 막상 여기가 거긴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오래전 기억속의 그 넓고 까마득하게 길었던 그 골목이 왜 이리도 좁고 짧은 것일까. 그 만큼 우리들이 커버린 것일까. 유수와 같은 세월 속에 시공을 초월한 어린 시절 향수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곳이 바로 골목 안 풍경인 것이다. 우리네 삶을 담아내는 골목길의 사진각박해지고 메말라 가는 인심과 일상 때문인지 요즘 정겨운 골목길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책이나 TV 속에서 추억의 골목길이 사진과 영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래서 필자도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가는 골목길의 서정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여 지는 골목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뿐만 아니라 향수어린 정겨운 시간을 함께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양어깨가 담벼락에 닿을 정도로 좁고 가파른 비탈길 골목을 걷다보면 해 넘어 가는 산동네의 정겨운 일상까지 모두 카메라 렌즈에 투영된다. 살아있는 골목 사진의 탄생이다. 구수한 밥 짓는 냄새가 솔솔 피어오르고 월급날 이면 너나 할 것 없이 이집 저집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담 넘어 들려오는 중년부부의 말다툼 소리도 있고 가족들과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며 나누는 소소한 대화가 살아 있는 곳이 바로 골목 안 풍경 이다. 이런 모든 것이 한 장의 사진 속에 녹 내리게 담아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리얼리즘이 살아있는 골목길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사진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골목길을 촬영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골목길은 일반 공공도로와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골목은 상당히 주민 친화적 이어서 거의사유도로에 가까운 성향을 띄고 있다. 서로 서로 누구랄 것도 없이 골목길을 내 집 같이 가꾸면서 지낸다. 내 집 앞 쓸기는 물론이요 눈이 오면 골목 길목부터 끝까지 모두가 하나 되어 빗질을 한다. 이런 골목에는 거기서 살아온 사람들의 무수한 사연들이 숨 쉬고 있다. 그래서 커다란 DSLR 카메라로 골목길을 찍고 있으면 경계하듯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과 마주하게 된다. 골목을 촬영할 때는 꼭 지켜야할 사항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여 골목길의 주인인 주민들과 불편한 시선을 주고받게 된다. 골목길을 촬영할 때는 우선 그 골목에 녹아드는 튀지 않는 의상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부피가 작은 카메라 하나만 목에 걸고 촬영에 임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커다란 카메라 백에 트라이포드, 거기다 대포만한 커다란 줌렌즈까지 동원된다면 분명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이 분명 하다. 만약 골목길에서 동네 사람과 만나게 된다면 가벼운 눈인사라도 나누워 보길 권유한다. 골목길 촬영은 옛 추억을 회상하며 카메라 하나 가볍게 목에 걸고 그동안 잊었던 시간 속으로 나 혼자 조용히 떠나는 시간 여행 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 숨 쉬는 골목길이 들려주는 아스라한 이야기 까지 고스란히 한 장의 사진에 모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북적한 도심과 개발의 이면이 공존하는 서울 골목길서울의 골목길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먹거리 볼거리 등이 모여 있고, 내국인은 물론이요 외국인한테도 꼭 가봐야 할 명소로 부상한 삼청동, 북촌, 서촌, 한남동, 이태원, 경리단길 등이 있는가 하면 도시 개발로 인해 이제는 세월의 뒤안길로 멀어져가는 중계동 백사마을, 홍제동개미마을, 한남동 우사단길 등이 있다. 필자는 골목길의 서정을 담을 수 있는 촬영지로 후자를 추천하고 싶다. 이번 주말에는 먼 옛날의 그리운 동심의 세계가 살아있는 골목 안 풍경 속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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