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발표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노인들의 가족·사회관계, 경제상태, 건강 및 생활상황 등에 관해 조사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인실태조사는 ‘노인복지법’ 제5조에 근거해 2008년 이후 매 3년 주기로 실시하고 있으며, 2023년 조사는 전체 1만 78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191개 문항에 관한 방문·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는 기존의 장례문화가 새로운 가치관에 따라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매장을 선호했던 한국 사회에서 이제는 ‘화장 후 납골당’이나 ‘자연장’과 같은 대안적 장례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8.0%가 화장 후 납골당을 선호하고 있으며, 23.1%는 자연장을 선택했다. 이는 매장을 선택한 비율 6.1%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로, 점차 간소하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이 대두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장례 방식의 변화는 경제적 부담과 환경적 요인에 대한 고려가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개개인이 스스로의 장례 방식을 결정하고자 하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정책적 지원 필요성과 함께, 노인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장례 옵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득 수준 향상과 경제적 자립 추구
이번 조사에서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경제적 자립 의지가 강하고, 교육 및 소득 수준이 높은 새로운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3469만 원에 달하며, 개인 소득은 2164만 원으로, 2020년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노인의 자산 구성도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53.8%)이 주요 부분을 차지하며, 공적 이전 소득(25.9%)과 사적 이전 소득(8.0%)도 포함되어 있다.
교육 수준에서도 고등학교 졸업 비율이 2020년 28.4%에서 31.2%로 증가했으며, 전문대학 이상 졸업자의 비율도 7.0%로 늘어났다.
이는 노년층의 경제적 자립과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일을 하고 있는 노인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며, 단순 노무, 농림어업, 서비스 및 판매업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상속관도 바뀌어···‘나’를 위한 가치관 대두
노인들의 재산 상속에 대한 가치관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재산을 모든 자녀에게 골고루 상속하겠다는 비율이 51.4%로 여전히 높은 반면,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24.2%로 증가했다. 이는 2020년의 17.4%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반면, 장남에게 많이 상속하겠다는 비율은 2008년 21.3%에서 6.5%로 급감했다.
이러한 변화는 자녀보다는 자신과 배우자의 생활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노년층이 가족 중심의 전통적인 부양 및 상속 구조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과 복지를 우선시하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다.
디지털 전환 속 노년층의 디지털 적응 숙제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조사 결과, 스마트폰 보유율은 76.6%로 2020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컴퓨터와 스마트워치 보유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67.2%가 정보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들은 노인 맞춤형 스마트기기와 애플리케이션 개발(29.5%), 정보화 교육 다양화(27.4%), 스마트기기 이용료 지원(21.9%)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디지털 전환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이 쉽게 디지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건강 상태 개선과 장기요양보험 이용 증가
노인들의 건강 상태는 다양한 지표에서 개선되었으며, 장기요양보험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상을 가진 노인 비율이 2020년 13.5%에서 11.3%로 감소했으며, 낙상사고 경험 비율도 7.2%에서 5.6%로 줄어들었다. 또한, 응답자의 평균 만성질환 보유 개수는 2.2개로 나타났다.
신체 기능에 제한이 있는 노인의 47.2%는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통해 돌봄을 받고 있으며, 이중 30.7%가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20년 19.1%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로, 노인 돌봄에 있어서 장기요양보험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거노인 가구의 증가와 1인 가구의 어려움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노인 가구의 구성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1인 가구(독거노인) 비율은 32.8%로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자녀와 동거하는 가구 비율이 줄어든 결과이기도 하다. 독거노인 중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4.2%에 불과해 다른 가구 형태에 비해 다양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독거노인은 우울증상 및 영양관리, 생활상의 어려움 등을 겪을 확률이 높아 독거노인을 위한 안전 및 안부 확인 서비스와 같은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복지부, 변화하는 노인 실태에 맞춘 종합 정책 추진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노인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장례문화의 변화와 함께 경제적 자립을 중시하는 새로운 노년층의 부상, 디지털 적응 지원 요구, 건강과 돌봄 서비스 확대에 대한 필요성 등은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포괄적인 정책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변화된 정책 여건에 따라, 고령층의 다양한 의료·돌봄·복지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국장은 “이번 노인실태조사를 통해 경제상태, 인식 및 가치관, 건강 상태, 가족·사회관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되는 노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변화된 정책여건에 맞춰 어르신의 활기차고 존엄한 노후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새로운 노년층의 소비력과 역량, 고령층 전반적인 의료·돌봄·복지 수요, 1인 가구 증가 등 변화된 정책여건을 토대로 2025년으로 예상되는 초고령사회 진입 등에 대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3월 21일 개최된 22차 민생토론회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통해 발표한 바대로, 주거·일자리·의료·요양·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들을 지속 추진한다.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식사, 세탁, 돌봄 등 일상생활서비스가 제공되는 다양한 주택 보급을 확산하고, 근로의욕을 가진 분들께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노인일자리를 2027년까지 전체 노인의 10% 수준으로 지속 확충할 예정이다.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이 집으로 방문하는 재택의료센터를 2024년 95개소에서 2027년까지 전국 250개소로 확산하고, 22개 시·군·구에서 2024년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 중인 ‘치매관리주치의’ 제도도 전국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편찮으신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도 확충한다.
독거노인의 안전·안부를 확인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 다양화 및 확대,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2026년 3월 예정)을 통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제공 등을 추진한다.
한편, 이번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관한 상세보고서는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하며, 통계 원자료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및 통계청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