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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기의 사진이 있는 이야기/ 깊은 바다 밑에서 물고기를 낚는 조사어, 아귀 이야기
 
한남기 사진작가   기사입력  2022/02/18 [09:35]

 

아귀는 아귀목 아귀과에 속하는 육식성 물고기로 최대 1m까지 자란다. 아귀는 아구라고도 하는데 아귀가 표준말이고 아구는 경상도 사투리이다. 아귀는 하도 못생겨서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바다에 던져버렸다고 하는데 이때 "텀벙" 소리가 난다고 해서 '물텀벙'이란 별칭이 생겼다. 그 옛날 어부였던 우리 조상들의 삶은 여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먹고 죽지 않으면 뭐든지 다 먹었다고 한다. 가난했던 어부들이 어렵게 잡아 올린 물고기를 못생겼다 해서 바다에 버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1909년 조선총독부가 한반도의 수산자원을 기록한 책인 ‘한국수산지’에도 아귀가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은 한반도 근해의 유용 수산자원 104종을 정리하면서 어류는 60종이 기록되어 있다. 이를 보면 아귀는 그 당시에도 흔히 먹었던 생선이다.

 

아귀의 가격을 살펴보면 1930년에는 고등어의 반 정도의 가격이었다. 그런데 1942년에는 고등어보다 비싸졌다. 그러므로 아귀는 버려지던 생선이 아닌 수요가 있었고 상품 가치가 있었던 생선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귀하게 여겨지던 생선은 아니었지만 버렸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귀를 잡으면 버렸다는 말은 말 만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장난 일 뿐 맞는 말이 아니다.

 

 

정약용의 ‘자산어보’에는 아귀는 물고기를 낚는 물고기라고 해서 조사어(釣絲魚)라고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조사(釣絲)는 낚싯줄을 뜻한다. 서양에서도 아귀를 낚시꾼이라 하여 ‘Angler’라고 부른다. 아귀를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아귀의 주둥이 위에는 낚싯대 모양의 긴 가시가 나 있는데 그 끝은 둥근 미끼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가시는 등지느러미의 가시가 변형돼 생긴 먹이 유인 장치이다.

 

아귀가 이 긴 가시를 세워 흔들면 호기심 많은 물고기들은 입 주변으로 모이게 한다. 이때 아귀는 큰 입을 이용해 잽싸게 먹이를 흡입해 버린다. 입이 원래 크고 이빨이 강해 웬만한 먹이는 쉽게 잡아 삼켜 버린다. 또한 아귀는 굶주린 입을 가진 물고기라는 뜻으로 아구어(餓口魚)라고도 한다.

 

 

아귀 음식은 보통 찜과 탕으로 해서 먹는다. 이 찜과 탕은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발달을 하였는데 마산에서는 찜, 인천에서는 탕으로 유명하다. 마산의 명물 아귀찜은 처음에는 마산 선창가 주변에서 상인들이 아귀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게 아귀국밥을 만들어 팔았는데 나중에 아귀찜이나 아귀수육으로 발전한 듯하다. 아귀찜을 만들려면 우선 갯가에 덕장을 만들어서 꾸덕꾸덕 말려야 한다.

 

생아귀를 맑은 날에 잘 말려서 콩나물을 넣고 매운 고춧가루를 풀고 미더덕을 한데 넣어 끓여서 쌀가루를 풀고 걸쭉하게 익힌다. 마산 아귀찜은 워낙 매워서 한 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이다. 아귀찜 외에도 담백한 맛으로 즐기는 아귀탕이나 아귀수육도 별미이다.

 

인천의 아귀탕은 생아귀를 쓴다. 마산은 아구찜이라 부르고 인천에서는 탕을 물텀벙이라 했다가 찜이 유행을 타면서 물텀벙탕, 물텀벙찜으로 분리해서 말한다. 인천의 아귀 요리 식당은 한국전쟁 후 인천항 부근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항은 서해의 수산물이 집합하는 장소이기도 하며 또한 노동자들이 집합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귀는 대체로 싼 생선이고 이를 이용해 얼큰한 탕을 끓여 안주나 끼니로 저렴하게 먹기에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1980년대 들어 인천의 ‘물텀벙’이 타지에도 크게 소문이 나 지금은 용현동에 ‘물텀벙이 거리’가 조성되었고 서울에는 1970년대 말에 강남 신사동 사거리 일대에 아귀전문 음식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귀는 한 마리에서 실로 다양한 맛이 나는 생선이다. 크게 나누자면 살과 껍질, 내장의 맛이 제각각이다. 탕으로 끓였을 경우 살은 보들보들하고 껍질은 찐득하며 내장은 쫄깃하다. 아귀 맛의 최절정은 간에 있다. 일본의 전통 별미인 아귀 간(안키모)은 전 세계의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대단하다. 아귀간은 맛이 진하면서 익히면 실크처럼 부드럽고 입에서 사르르 녹는 질감으로 ‘바다의 푸아그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귀 간은 무게가 약 500그램 정도 나간다. 조리하기 전에 청주(사케)나 요리술에 재워 원통형으로 싸서 스팀으로 찐다. 잘 익은 아귀간은 작게 썰어 폰즈 소스에 찍어 먹거나 해초 무침이나 무채와 함께 먹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의 셰프들은 푸아그라와 비슷한 방법으로 조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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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2/18 [09:35]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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